테러리스트와 사랑에 빠진 'FBI 요원'…이중결혼에 덜미

테러리스트와 사랑에 빠진 'FBI 요원'…이중결혼에 덜미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자신이 감시하던 테러리스트와 사랑에 빠져 당국을 속이고 시리아로 건너가 이중결혼까지 했다가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FBI의 통·번역 담당 직원 다니엘라 그레네(38)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자란 뒤 미국 군인과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한 여성이었습니다.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2011년 FBI에 합류했습니다.

국가 기밀정보 취급 허가가 필요한 업무까지 맡았던 그레네는 2014년 1월 '인물 A'라는 독일 테러리스트 수사에 투입됩니다. 그레네가 맡은 'A'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핵심 조직원인 데니스 쿠스페르트였습니다.

독일 태생의 쿠스페르트는 베를린에서 '데소 도그'란 예명의 래퍼로 활동하다가 살인죄로 복역한 직후인 2007년 이슬람으로 개종했습니다. 이어 2012년께 IS 세력에 가담했습니다.

IS에서 '아부 탈하 알알마니'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그는 IS에 의해 참수된 희생자의 머리를 든 모습으로 영상에 나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무수한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며 독일 등지에서 IS 조직원들을 모으는 데 앞장섰습니다.

이에 2015년 2월 미국 국무부는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레네가 남몰래 쿠스페르트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레네는 쿠스페르트에게 그가 미 정보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고 경고했습니다. 2014년에는 당국에 가족을 만나러 독일에 간다고 허위로 보고한 후 미국을 떠났습니다.

이후 터키 이스탄불로 간 뒤 시리아 국경 인근 가지안테프에서 쿠스페르트에게 연락을 취해 시리아로 들어가 그와 결혼했습니다. 심지어 결혼 당시 그레네는 다른 남성과 이미 결혼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몇 주 뒤 그레네는 자신이 끔찍한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미국으로 돌아왔고, 즉시 체포됐습니다. 당국의 수사에 협조한 그는 국제 테러리즘과 관련한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여름 석방됐습니다.

검찰은 그레네가 수사에 협조해 IS나 테러와 관련된 다른 피고인들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현지 매체는 이번 사건은 미국 내 IS 동조자를 뿌리 뽑는 임무를 맡고 있는 FBI에서 일어난 "부끄러운 국가안보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직 국무부 관리인 존 커피는 외부인이 시리아 내 IS 지역에 들어갈 때는 목숨을 내놓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FBI 직원인 미국 여성이 잘 알려진 IS 리더와 함께 지내려면 IS 지도부의 승인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15년 10월 미국 국방부는 시리아 락까 공습으로 쿠스페르트가 숨졌다고 밝혔지만, 9개월 뒤인 지난해 8월 그가 공습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발표를 번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튿날 그레네는 연방 교도소에서 석방됐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