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9일(현지시간) 1700달러를 첫 돌파했다.
비트코인 정보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장중 사상 최고치인 1747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한달간 43%, 올 들어서는 무려 80% 가량 급등했다. 작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968달러였다.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은 지난해 5월 71억6000만달러에서 최근 279억달러까지 오른 상태다.
분산 네트워크형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은행과 같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개인들끼리 온라인을 통해 직접 결제하는 방식이라 거래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누구나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욱 늘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유럽의 잇따른 정치 이벤트, 북한 핵 문제 등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속출하면서 비트코인의 안전자산 매력도가 부각된 것이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월 처음으로 금값을 넘어서면서 '제2의 황금'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한건 가상화폐가 신규 자금조달 수단으로 속속 활용되면서 투기 수요를 자극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IPO(기업공개)를 본뜬 용어인 '새 동전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는 신규 벤처기업(스타트업)들이 새 가상화폐를 만들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뜻한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개념의 '이더리움'이라는 가상화폐 값은 올 들어 8달러에서 87달러로 수직 상승했고 '리플'은 2억3100만달러에서 70억달러로 시가총액이 30배나 불었다. 올해 스타트업 40곳 이상이 ICO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지난달 1일부터 비트코인을 새로운 지불 수단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매입 수요가 크게 증가한 점도 가격 급등세에 일조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일본 엔화의 비중이 부쩍 늘어난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통화 공급량이 4년에 한번씩 절반으로 줄어드는 장치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
비트코인 랠리가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비트코인에 대한 롱포지션은 지난달 29일 7649건에서 9일 1만5279건으로 두배가 됐다고 홍콩 비트코인 거래소인 '비트피넥스'는 밝혔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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