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내총생산(GDP)이 5분기 연속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5년~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당시 6분기 연속 성장 증가에 이어 전후(戰後) 두번째로 긴 연속 성장이다. 잠재성장률이 0%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완연한 경기회복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4년 반 동안 쉼없이 추진해온 아베노믹스를 발판삼아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분기(1~3월)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연율 2.2%)를 기록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시장예상치 0.4%(연율 1.8%)를 웃도는 수치로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다. 일본 경제가 5분기 이상 플러스 성장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고이즈미 내각 때 6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이다.
성장율을 견인한 것은 개인소비와 수출이다.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4% 늘었다. 작년 4분기 0.0%였던 개인소비는 0.4%로 반등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성장을 이끌었던 기업의 설비투자에 이어 소비까지 살아나는 분위기다. 글로벌 경기회복세를 타고 수출도 2.1%나 증가했다. 특히 전자부품 기계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지역 수출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 성장기반을 탄탄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0년 동안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한 해 30만명에 가까인 인구 자연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5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일본은행(BOJ)은 지난 4월 경기판단을 완만한 회복'에서 9년 만에 '완만한 확대'라고 수정하기도 했다. 잠재성장률 0%대의 일본 경제는 한 분기가 플러스면, 다음 분기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를 반복해왔지만, 최근 들어 고착화돼 패턴에서 벗어나는 분위기다.
경기가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은 2012년 말 아베 2차 정권과 함께 시작된 아베노믹스가 4년 반 동안 흔들림없이 추진되면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아베 정부의 강력한 경제정책이 미국과 신흥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 조짐과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BOJ의 양적완화와 정부의 재정확대라는 돈풀기와 경제체제에 대한 구조개혁을 결합한 아베노믹스는 기업실적 개선을 통한 투자·임금인상(소비확대)이 핵심이다. 동시에 법인세 인하, 일하는 방식개혁, 여성인력등용, 농업·의료개혁 등 전방위적인 구조개혁으로 20년 넘게 지속돼온 디플레이션 심리를 깨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아베노믹스 초기엔 결국 돈풀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이 같은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있다.
주목할 것은 엔고에도 불구하고 기업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9191억엔이나 증가한 21조8196억엔으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노믹스 초기 가파르게 진행되던 엔저가 지난해부터 엔고로 방향을 틀었지만 발빠른 산업구조조정과 기업 체질개선 덕분에 돈버는 능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내각부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엔화값 수준을 조사한 결과 평균 100.5엔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 103.2엔보다 2.7엔 낮아진 것으로 엔고도 견딜 만한 내성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BOJ의 양적완화 규모도 연 60조엔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실적개선은 설비투자 증가, 취업확대와 임금인상에 따른 소비개선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3월 실업률은 2.8%,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기업)은 1.45배로 모두 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경기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4월에만 외국인 관광객은 257만명에 달해 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깼다. 아베 정권 2020년 도쿄올림픽 외국관광객 4000만명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오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약 27%에 달해 사회보장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GDP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규모는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것은 넘어야 할 산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파격적인 이민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도 구조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4년 반 동안의 아베노믹스 성과를 감안할 때 아베 총리가 2020년을 넘어 9년의 초장기 집권을 하게 될 경우 일본 경제는 상당한 수준의 재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생산인구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올 들어 여성인력 활용과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의 일하는 방식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꼽고 과감하게 추진해나가고 있다. 농업·의료 등 오랜 기득권층의 규제를 깨 신산업을 육성하고, 전략특구 등을 지정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암반규제를 깨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서울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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