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채의 증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의 재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당장 중국 부동산과 주식시장 상승세가 일본식 버블 경제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올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1989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는다면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과 주식시장 과열로 경기가 최정점을 찍었지만 버블이 붕괴되면서 장기 불황에 시달렸다.
최근 중국은 버블기에 해외 자산을 거침없이 사들였던 과거 일본과 꼭 닮았다. 1989년 일본 미쓰비시는 뉴욕의 상징 중 하나인 록펠러 센터를 사들였고 그 해 소니는 '미국의 자존심'인 컬럼비아픽처스를 인수했다. 이 당시의 데자뷰처럼 중국 안방보험은 2014년 뉴욕의 또 다른 상징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사들였고, 중국 CC랜드는 올해 초 런던의 명물인 '치즈강판' 빌딩을 손에 넣었다. 또 중국 국영 켐차이나(중국화공)는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를 인수했다. 인수 가격이 430억 달러(48조 원 상당) 규모로 중국 기업의 최대 해외 인수 합병 사례로 기록됐다. FT는 "중국 부호들이 고가 미술품을 싹쓸이하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급증한 것도 버블기의 일본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영업외이익을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는 양국의 금융공학기술의 유사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비금융기업들은 1980년대 후반 금융공학상품을 활용한 투기에 몰두했다. FT는 지난해 말 4000조 원 넘게 불어난 중국의 자산관리상품(WMP)은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일본식 버블설이 다소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환율이다. 일본이 1985년 플라자합의를 받아들이면서 엔화를 달러당 240엔에서 120엔으로 초강세로 전환해야 했던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 통화를 투기세력을 경계하면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버블 붕괴 이후 정부의 대처 수단에도 차이점이 있다. 일본 정부는 버블이 터졌을 때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해 부실 기업 파산과 대규모 정리해고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정부 주도의 경제를 운용하는 중국 당국은 수출 주도 경제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전환이 비교적 신속하게 가능한 것도 차이점이다. 아울러 중국의 부채는 3분의 2가 국유기업의 국유은행에 진
히로미치 시라카와 크레디트스위스 수석일본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버블(붕괴) 이후 당국의 대응이 버블이 만들어질 때보다 궁극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이 바로 중국이 일본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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