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 절차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의 출자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도시바의 약점을 잡고 치킨게임식으로 매각 절차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산업혁신기구가 도시바 입찰 결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시바 매각 절차가 전반적으로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30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날 산업혁신기구는 도시바 반도체입찰에 대한 의사결정 위원회를 가졌으나 현재 도시바 입찰에 참여한 진영들의 상황 설명에 그쳤다.
이는 WD가 인수 진영 중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투자펀드 KKR과 산업혁신기구가 구성한 '미일연합'에 합류를 요구하고 나서 산업혁신기구가 자체적으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일연합은 지난 19일 마감된 2차 입찰에서 인수대금 등 구체적인 조건을 정하지 못한 상황으로 WD의 요구에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산업혁신기구의 의사결정이 지체되면서 도시바는 다음달 말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매각 진영을 결정하겠다는 계획를 실현하지 못할 전망이다.
WD는 인수 과정이 장기화될 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해 제3자 매각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WD는 지난 2차 입찰에는 공식적으로 참가하지 않고 별도로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주식 과반수 취득을 주장했다. 이에 경제산업성과 산업혁신기구는 WD와 비공식 협의를 통해 과반수 취득을 단념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산업혁신기구가 WD와 연계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협의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국외 유출을 우려하는 경제산업성이 산업혁신기구의 투자계획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WD도 따를 수 밖에
그럼에도 WD가 주식 과반수 취득을 고집할 경우 경제산업성은 기술의 국외이전과 도시바 욧카이치 공장의 생산체제 재검토 등의 경영상 중요사항에 대한 실질적인 거부권을 발동하도록 산업혁신기구에 요청할 방침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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