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애국심이 강한 러시아 민간 해커들의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을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해커들이 국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으로 러시아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해커들은 자유로운 예술가와 같다. 그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낌에 따라 목표물을 선택한다"며 "만약 그들이 애국심이 강하다면, 러시아를 모함하는 세력에게 맞서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러시아의 추가적 해킹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것이다.
앞서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부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해킹을 국가 차원에서는 절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국내적으로 해킹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해커들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선거에 개입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해커들은 전세계 어디서든 출몰할 수 있다"며 "다른 누군가가 러시아를 음해하기 위해 해킹을 고의적으로 저지르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해킹을 러시아 정부와는 상관없는 민간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내통설로 궁지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직설적이고 솔직한 사람이다"라며 애정을 과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 바라본다"며 "트럼프와 정상적인 업무적, 개인적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반(反)러시아 히스테리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일 뿐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일을 못 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스캔들'을 지휘하다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오는 8일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할 예정이어서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출석은 이전부터 추진됐지만 구체적인 날짜가 공개된 적은 없었다. 코미 전 국장이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수사중단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를 사실이라고 증언할 경우 미국 정가에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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