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해 2번째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3월에 이어 6월 기준금리를 인상할게 확실시되며, 올 연말까지 한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올해 3회 인상에 이어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3차례씩 금리를 올려 2019년 말에는 3% 기준금리에 도달하겠다는 금리인상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미국의 본격적인 통화긴축 기조는 세계 각국에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강요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리차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 유럽, 일본, 아시아 국가들도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금리차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의 동시다발적인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불거지면 또 다른 '긴축발작'(테이퍼 탠트럼)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긴축발작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자산 매입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사태를 말한다. 당시 신흥시장에서 400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글로벌 금리인상이 신흥시장에 부정적 충격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목격했다"며 "적잖은 신흥국 기업들은 여전히 취약하고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근거로 작용하는 미 고용지표는 완전고용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미 5월 실업률은 4.3%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9일(현지시간) 또다시 장중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물가는 4월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대비 1.5% 오르는 데 그쳐 연준 목표치에 미달했지만 완전고용과 경제 성장에 따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연준 고위 인사들의 최근 발언은 올해 2번의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싣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의 물가 부진이 금리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언급했고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보다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자문은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릴뿐 아니라 올해 안에 또 한 번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6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6월 이후 금리인상 시기에 모아지고 있다. 당초 9월 인상론이 주목을 끌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여파로 정국이 흔들리자 9월 인상은 힘들지 않겠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위치도 9월보다는 12월 인상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아직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지난 8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시장이 예상하는 양적완화 축소 개시에 일단 선을 그었지만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표현해온 문장 중 '더 낮은 수준'이라는 문구를 빼 통화 확대에서 긴축으로 선회하기 직전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일본도 조만간 돈줄 죄기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BOJ는 통화완화정책을 순조롭게 되돌리는 데 충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구로다 총재가 경기부양 중심의 통화정책을 접고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에 따르면 미국 채권형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규모는 지난주 98억6000만달러에 달해 2015년 2월 이후 가장 큰 수치를 기록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달 1~7일 북미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도 약 92억달러로 5월 18~24일 기록한 48억달러의 2배에 달했다.
월가 금융기관의 한 인사는 "연준의 거듭된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가 건전하다는 시그널"이라며 "투자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적절한 수
또한 연준은 올 연말께 4조5000억달러(약 5000조원)에 달하는 보유자산 감축을 개시할 공산이 크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이어 양적긴축을 본격화하면 글로벌 유동성 장세의 마감이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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