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해킹을 통해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의 유권자 명단을 수정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러시아의 해킹이 단순 정보획득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선거결과 조작까지 노린 것이어서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선거개입 파문이 더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는 조사기관 관계자 세명을 인용해 "해커집단이 일리노이주의 유권자 명단을 입수한 후 삭제·수정하려 했던 증거가 발견됐다. 해커들은 선거관리원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격했고, 한 주에서는 선거관련 금융자료를 손에 넣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해킹에 성공한 일리노이주 유권자 명단은 약 1500만명의 개인정보(이름, 생년월일, 주민번호 등)를 담고 있다. 다만 명단조작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해킹은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일어났으며, 총 39개주의 선거관리 시스템이 러시아 해커들로부터 공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백악관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러시아에 양국간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해킹내역이 담긴 문서를 작성해달라 요구했다. 러시아 측은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이후에도 해킹은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몇몇 애국자들이 해킹을 벌였을 수 있다"란 발언도 이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6일 미국 온라인매체 인터셉트가 공개한 NSA 문건에는 러시아가 선거관련 정부협력업체를 해킹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정부의 선거시스템에 침투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는 협력업체 해킹에 성공했다는 것까지만 알려졌는데, 오늘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정부의 선거시스템이 뚫린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조사 관계자들은 러시아 해커들이 정보획득을 넘어 선거결과에 여파를 줄 수 있는 단계로 활동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유권자 명단 수정시도는 성공했다 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결과에 영향이 없다. 해커들이 손을 댄 것은 주정부에서 관리하는 보고용 유권자명단으로, 실제 선거를 치르는 카운티(하위 행정구역)의 유권자명단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선거결과 조작을 위한 기본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3년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노리고 선거제도와 관련된 정보도 수집중이라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러시아가 결과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도, 미국을 심각하게 자극할 것을 우려해 자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수사외압 스캔들'로 지난주 상원 정보위에서 증언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그들(러시아)이 미국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돌아올 것이다"라며 선거개입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부터 가을까지 러시아 해킹대응에 전념하며 특수팀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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