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세계 M&A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던 중국 우샤오후이 회장(51)이 돌연 사임한 가운데 그가 중국 당국에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금융전문매체 차이징은 13일 우샤오후이 회장이 조사를 받던 중 구속됐고 천핑 사장이 임무를 대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안방보험그룹은 "개인적 이유로 우 회장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만 밝혔다.
차이징은 인터넷에서 우샤오후이 회장의 구속 기사를 삭제했으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회장이 부패혐의로 당국에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오는 11월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공산당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적 신흥재벌인 우 회장의 구속설에 대해 베이징 정가에서는 중국 지도부 계파간 치열한 권력투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방보험의 초고속성장과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대규모 해외 M&A를 두고 안방이 권력층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회장이 안방이라는 이름을 세계에 처음 알린 것은 2014년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빌딩을 약 2조원에 매입한 뒤부터다. 이후 벨기에 네델란드 등 유럽에서 잇달아 금융사를 사들였고 한국에서도 지난 2015년 동양생명을, 지난해엔 알리안츠 한국법인도 연이어 인수해 한국 금융가에 이름을 알렸다. 우리은행 민영화 당시 인수전에도 뛰어들어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역시 지난해에는 타결직전 무산되긴 했지만 세계적 호텔체인 '스타우드 호텔 앤드 리조트'인수를 위해 무려 15조원을 베팅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일가와의 거래로 세계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지난 4월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위치한 고층빌딩에 펜트하우스를 짓는 사업과 관련해 안방이 쿠슈너 일가에 자금을 대출키로 한 것. 하지만 언론보도 이후 ‘이해 상충' 문제가 불거지자 거래는 취소됐다.
설립한 지 불과 13년밖에 안된 안방이 세계적 금융회사로 성장한 배경을 두고 우 회장의 처가쪽 정치 영향력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젊은 시절 말단 공무원생활을 한 우회장은 30대에 자동차 매매업을 시작한 뒤 2000년대 초반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외손녀 주어뤼(卓芮)와 결혼하면서 재벌로 급성장한다. 결혼 직후 2004년 안방보험을 설립한 우회장은 은행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자산관리상품(WMP)을 판매하며 자금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안방보험은 현재 중국 내 3000여개 지점과 3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중국 5대 종합 보험사로 성장했다.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은 1조9000억위안(약 310조원)에 달한다. 특히 지금까지 해외에 투자한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 상당수가 중국 권력층과 관련된 도피성 자금이라는 의혹이 따라다닌다.
우 회장의 조사에는 시진핑 정부의 반(反)부패 사정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왕치산 중앙기율위 서기가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족들의 부정축재 의혹이 제기된 왕 서기가 반대세력에 대한 역공차원에서 우샤오후이를 전격 구속했다는 것. 안방보험과 함께 최근 해외 M&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른 하이난항공(HNA)그룹도 권력층과의 결탁설이 제기됐다. 베이징의 랜드마크인 판구호텔을 개발자로 최근 해외도피중인 궈원구이는 왕 서기 부인이자 혁명원로 야오이린의 딸인 야오밍산이 조카를 통해 HNA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왕 서기는 HNA 본사가 있는 하이난성의 성장을 지냈고, HNA 창업자 천펑 회장 역시 1980년대 후반 왕 서기 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HNA는 2015년 이후 500억달러를 해외 M&A에 쏟아부었으며, 최근엔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2월 홍콩에서 실종 논란을 일으켰다가 중국으로 압송된 '신비의 거부' 사오젠화 밍톈그룹 회장도 중국 권력투쟁 과정에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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