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분야 최강자'인 아마존이 미국의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을 137억달러(약 15조5000억원)에 인수하자 오프라인 식료품업체들이 패닉에 빠졌다. 온라인 서점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 클라우드 컴퓨팅, 스트리밍 비디오, 우주사업 등으로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아마존이 홀푸드를 발판삼아 식료품사업에 본격 뛰어들 경우 기존 업체들의 생존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미국에서만 3000만명 이상의 온라인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215억달러 규모의 막강한 현금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유통업계는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로 미국 식료품 시장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시장에서 월마트(샘스클럽 포함)가 18%, 크로거가 7%, 코스트코가 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아마존과 홀푸드가 손을 잡으면 올해 4% 가량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은 한자릿수 숫자에 불과하지만 아마존의 온라인 파괴력과 홀푸드의 브랜드 역량이 시너지를 내면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업계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인수 사실이 발표된 직후 불거진 유통업체들의 주가 급락세는 이같은 우려를 증명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월마트 주가는 4.6%, 타깃은 5.1% 빠졌다. 크로거의 주식은 9.2% 폭락했고 푸드 라이언과 자이언트 슈퍼마켓의 모기업인 아홀드 델하이즈, 홀푸드의 경쟁업체인 유기농 식료품업체 스프라우츠, 코스트코도 일제히 추락했다. 허시, 캠벨 수프, 켈로그 등의 주가도 4% 가량 떨어져 식료품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아마존 주가는 2.4%, 홀푸드는 29.1% 급등했다.
홀푸드는 미 전역에 430여곳의 매장을 두고 있으며 소비자에게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자연주의' 이미지를 잘 구축했다. 온라인 유통망만 갖춰서는 신선식품 등 식료품 시장 공략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아마존에게 이번 인수가 온·오프라인 식료품 사업의 일대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보인다. 홀푸드 매장이 식료품 배송과 픽업 서비스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아마존은 작년 말 계산대가 없는 오프라인 식료품점 '아마존 고'를 시애틀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아마존 고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구매한 물품을 자동으로 추적해 편리한 결제가 가능하다. 또한 아마존은 온라인으로 구매한 소비자가 집 근처 매장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구입한 식료품을 찾아가는 방식의 '아마존 프레시 픽업' 서비스를 가동중이다.
온라인 비즈니스를 장악한 아마존은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을 개시하자 미국 서점의 간판주자 격인 보더스가 폐업했고 반즈앤노블도 큰 타격을 받았다. 월마트는 아마존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8월 온라인 쇼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컴퓨터 서비스에서 식료품까지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업 분야를 모두 장악하려는 야심을 보여준게 이번 홀푸드 인수 사례"라고 전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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