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필리핀 감옥이 수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감옥 환경이 갈수록 더 열악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필리핀 감사원이 구치소와 교도소 등 전국 463개 구금시설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말 현재 12만6946명이 수감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적정 수용인원 2만746명의 6.1배에 이른다. 수감 인원이 2015년 말보다 3만544명 증가해 안 그래도 심각한 과밀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감옥에서 수감자들은 변기 등 기본적인 시설 부족으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60년 전 800명 수용 규모로 지어진 '케손 시티' 감옥은 현재 수감자가 4000명을 넘어서면서 필리핀에서 가장 과밀한 감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선 화장실 변기 한 개를 수감자 130명이 함께 쓰는 것은 기본이고 야외 농구장의 금이 간 시멘트 바닥, 계단, 낡은 침대 아래 등의 공간에서 수감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잠을 청하고 있다.
비가 오면 야외 공간을 이용할 수 없어 상황은 악화일로다. 사람들로 꽉 들어찬 복도는 땀 냄새로 진동한다. 감옥 인근 운하에서 썩어가는 쓰레기는 감옥 내 악취를 한층 더 고약하게 만든다. 위생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수감자들은 각종 전염병과 에이즈 감염·확산 위험에도 노출돼있다.
이 같은 일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취임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마약 용의자 체포가 줄을 이었지만 수감시설 확장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포화 상태에 이른 교도소를 개혁할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인권은 범죄자 보호의 핑계가 못 된다", "마약상을 죽여도 좋다"며 마약범을 중심으로 대대
현재 필리핀에서는 범죄 용의자 보석이 활성화돼 있다. 그러나 상당수 수감자가 빈민층으로 보석보다 감옥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감사원은 교정당국에 수감시설 추가 건설과 함께 자신의 형량을 이미 복역한 미결수들을 석방하라고 권고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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