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식물인간 상태로 석방된 오토 웜비어가 사망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20일 새벽 웜비어 사망이 밝혀진 뒤 외교부는 한반도평화교섭본부를 중심으로 공식 입장 발표를 검토중이다. 한 당국자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에 그 이상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이 인권 유린국이라는 미국 정부의 인식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북미관계에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웜비어가 북한에서 어떻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경위가 밝혀질지 주목하고 있다. 유족들의 주장처럼 고문이나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여론은 더욱 악화돼 대북 압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웜비어의 사망에 따라 미국 내 대북여론 악화, 북미관계의 추가 경색 순으로 상황이 전개되면 북핵 협상의 돌파구 마련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대통령의 북한 관련 논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거세질 미국 내 반북 여론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유화 메시지보다는 현재 가동 중인 대북 제재·압박 강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핵 문제의 포괄적이고 단계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트럼프 대통령의 공감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웜비어의 사망은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시도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관
통일부 당국자는 "이 문제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황혜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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