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군 전투기가 시리아 정부군 전투기를 격추한 데 대한 반발로 시리아를 지원하고 있는 러시아가 '선전포고' 성격의 엄포를 하고 나섰다. 미국 주도의 국제동맹군 전투기를 발견할 경우 공격 표적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인데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반군과 시리아정부군간 대리전이 일촉즉발로 흐르면서 미-러간 긴장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시리아 데이르 에조르로 중거리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며 미국을 자극한 와중이어서 언제 어디서 충돌이 발발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 연합군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축출을 주장하며 반군을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시아파 정부인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9일 성명을 통해 이날부토 시리아 중부를 가로지르는 유프라테스강 서쪽에 보이는 미군 주도 연합군의 드론과 전투기 움직임을 추적하고 이를 공격목표로 간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리아에 배치된 첨단 방공미사일 S-400과 S-300 등으로 미군을 비롯한 국제동맹군 전투기들을 추적할 것이며 유사시 격추할 수도 있다는 경고다. 미군은 18일 시리아 반군 세력으로 IS의 수도 락까 탈환에 나선 시리아민주대(SDF) 기지를 시리아 정부군 전폭기가 폭격하자 격추시킨 바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강경한 대응으로 나서는 데는 지원 중인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공격을 좌시할 수 없는데다, 자국 전투기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한 시리아 등 중동 문제에서 미국에 밀릴 수 없다는 전략적 차원도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를 발판으로 이라크, 예멘 등 분쟁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테러리즘과 전쟁을 구실로 시리아의 합법적 군사력에 대해 미 공군이 여러 차례 무력행동을 취한 것은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미국의 행위를 사실상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또 미국과 맺은 시리아 상공의 전투기 충돌 방지 협약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미국은 시리아 영공 군사작전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충돌을 막기 위해 2015년 10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러시아가 미국과 군사협력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에도 러시아는 미군이 알샤이라트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기를 발사한 데 따라 일시적으로 핫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의 강경조치에 숀 스파이서 미 백악관 대변인은 "(향우에도) 우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백악관은 새로운 긴장관계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열린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의 '러시아 스캔들'이 미 정가를 강타하는 가운데 자칫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충돌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걸프 해역에서 자국 영해 침범을 시도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3명을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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