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중동에서 점령지는 줄고, 수입은 급감하며 패퇴 직전에 몰렸다.
주요 근거지였던 이라크 모술은 함락됐고, 수도로 삼고 있는 시리아 락까도 완전 포위됐다. 이에 따라 IS는 중동에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로 근거지를 옮기는 '동진(東進) 정책'을 펴고 있다.
6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지에 따르면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싱크탱크 '컨플릭트 모니터'가 유엔 및 시리아 소식통 등에서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IS는 올해 2분기 매달 1600만달러(약 181억3000만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같은 기간 매달 8100만달러(약 915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80% 급감한 것이다.
이는 IS의 점령지가 잇달아 함락되면서 석유와 세금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IS의 월 평균 석유 수입은 2년 전에 비해 88% 줄었고, 세금 및 몰수 소득은 79% 하락했다. 수입 하락은 신규 대원 모집과 훈련비용으로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IHS마킷에 따르면 2015 년 1월 이후 IS는 점령지 60% 가량 잃었다. 2015년 1월 IS는 토지 약 9만800㎢를 관리했지만 지난달에는 3만6200㎢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약 2만4000㎢에 달하는 영토를 잃었다. 현재 IS가 점령한 지역은 유럽의 소국인 벨기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IHS마킷의 루도비코 칼리노는 "인구가 많은 이라크 모술과 석유가 풍부한 지역인 시리아 락까·홈스에서 통제력을 잃는 것은 IS의 수익 창출 능력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IS는 중동에서 발붙일 곳이 없어졌다.
모술은 6월 28일 함락됐고, 락까도 패퇴 초읽에 들어갔다. 조 스크로카 국제동맹군 대변인은 "시리아에서 IS 격퇴에 나선 쿠르드족 주도의 시리아민주군(SDF)이 락까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를 통제했다"고 밝혔다.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두라만 대표는 "SDF가 락까 주변을 완전히 포위했다"며 "IS에게는 항복하거나 끝까지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IS는 주요 거점인 중동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하자 동남아와 중앙아를 새로운 근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중동보다 광활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으며, 무슬림 인구도 더 많다. 그만큼 'IS 전사'를 양성할 수 있는 '자양분'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게다가 IS는 경제적 빈곤층을 대상으로 분노를 사극해 테러리스트 행렬로 이끌고 있다.
지난 4월 발생한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범이 키르기스스탄 출신으로 밝혀지는 등 유럽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테러범의 상당수가 중앙아 출신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은 이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들도록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가장 주목받는 곳은 필리핀이다. IS 연계세력인 마우테 반군은 민다나오섬 마라위에서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정부군과 대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등지에서 IS 추종 전투원들이 마라위로 몰려들고 있어 전투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한다.필리핀 정부도 이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에두아르도 아뇨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24일 인터뷰에서 "IS가 마라위 점령을 주도한 말레이시아 반군지도자 마흐무드 빈 아마드를 통해 무기와 식량 등 군수품 구매를 위한 자금 60만달러(
IS의 '동진 정책'은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악재로 다가올 전망이다. 사막지대인 중동과 달리 산림과 섬으로 흩어진 중앙아와 동남아에 똬리를 틀 경우 IS 박멸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리핀 등에서 암약하고 있는 반군은 IS가 둥지를 틀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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