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근시안적인 제로섬 무역정책은 결국 모두에게 해만 입힐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IMF는 5일(현지시간) 발간한 'G20 : 세계 전망과 정책도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법치에 기반한 개방 경제가 번영의 열쇠"라며 "한 나라의 국수주의적인 정책은 주변국으로 전이돼 모든 나라에게 피해를 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IMF는 보고서에서 "각국 지도자들이 합의한 메커니즘 내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합의를 이룰 때 세계 경제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 협력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 국민의 생산성과 삶의 질을 모두 높이는 것으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IMF는 특히 세계경제가 직면한 위험요인 중 하나로 보호무역주의를 지목했다.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에 중장기적 리스크가 될 수 있으며,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친시장적 개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게 IMF 진단이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한목소리로 보호무역에 반대하고 있다. 세계무역질서를 놓고 G20 정상회의가 트럼프대 반(反) 트럼프로 갈린 양상이다. 반트럼프 진영 선봉에는 G20 의장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맹공을 퍼부었다. 메르켈 총리는 "미국은 세계화를 '윈-윈(win-win)' 관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싸움으로 본다"며 "경제발전을 통해서 몇몇만 이익을 얻어서는 안되며,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의 미국과 맞서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밀착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글로벌화를 함께 추진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과 중국은 기후변화 뿐만 아니라 무역에 있어서도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유럽연합(EU)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을 이끌 투자협약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독일 관계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지금 이 순간부터 양국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메르켈 총리는 중국과의 정상회담에 각별하게 공을 들였다. 국제외교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거의 없는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를 동반한 채 시 주석 부부와 '사적인 만찬'을 한 것에 이어, 시 주석과 함께 중국이 독일에 건넨 판다 한 쌍이 베를린동물원에 정식 입주하는 것을 기념하는 행사에도 참석했다.
두 나라는 몇 건의 비즈니스 계약도 맺었다. 독일 다임러 AG와 중국의 BAIC 모터스가 공동으로 전기차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서명했으며 중국은 에어버스SE에 140대의 항공기를 주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비판에 앞장섰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에 게제한 기고문에서 미국이 주도해 러시아에 내린 경제 제재가 '은밀한 형태(covert form)'의 또 다른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주의 무역이야 말고 글로벌 성장을 이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국제적 압박에도 아랑곳없이 '마이웨이'를 고수하며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을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G20 참석 차 출국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세계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들을 일부 체결했다"며 "우리가 왜 우리를 돕지 않는 나라들과 이
[노현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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