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을 장악한 친(親) 러시아 반군 세력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할 새로운 국가 건립 계획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이자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했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수장인 알렉산데르 자하르첸코는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를 수도로 하는 새 국가가 들어설 것이며 국가명은 '소러시아'를 뜻하는 '말로로시야(Malorossiya)'라고 선언했다. '말로로시아'는 과거 차르가 통치하던 러시아 제국 시절 우크라이나를 지칭하던 명칭이다.
자하르첸코는 이날 공개한 문건에서 우크라이나는 전쟁범죄 국가이기 때문에 말로로시야라는 새로운 국가 이름이 반드시 필요하며, 새 국가는 각각의 지역이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누리는 연방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건에는 도네츠크가 새 수도가 되더라도 기존 수도인 키예프는 역사·문화 중심지의 지위를 유지하며, 제헌의회와 국민투표를 통해 새 국가 헌법이 최종 채택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자하르첸코는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 국가 건설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자하르첸코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함께 분리독립 투쟁을 벌여온 다른 세력으로부터도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부 지역과 크림반도의 영토주권을 회복할 것이라며 새 국가 설립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2014년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함께 독립을 선언했던 '루간스크 인민공화국'도 새 국가 창설 안에 대해 사전에 알지도, 논의한 바도 없으며 계획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와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자하르첸코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 상태인 우크라이나에서 위기를 지속시킬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위기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세계에, 특히 미국에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하르첸코는 푸틴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며, 새 국가 설립 계획 발표는 푸틴이 자하르첸코를 조종하고 있던 줄을 당긴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반군 주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러시아는 더이상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새 국가 창설은 자하르첸코 본인의 구상일 뿐"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반군과 2014년 이후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약 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는 2015년 독일·프랑스 등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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