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가 강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6.9위안대였던 위안화 기준환율이 11개월 만에 6.6위안대에 진입했다. 이런 추세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공공연히 압박해온 '위안화 평가절하' 논란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10일(한국시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5% 내린 달러당 6.6770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9월 29일 6.6700위안을 고시한 이래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6.6위안대로 되돌아왔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고시 위안화 가치를 절상했다는 뜻이다. 이날 절상폭은 6월 1일 이후 두 달 만에 최대 수준이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 때 6.6520위안까지 내려갔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강세 배경으로 미 달러화 약세,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 규제 의지, 중국 경기 기대감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달러화 가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올 초에 강세를 보였지만 '러시아 스캔들' 등 백악관 내홍과 공화당과의 갈등 때문에 세제개혁과 트럼프케어 등 트럼프노믹스의 정책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떨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3.55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103대까지 상승했던 달러인덱스는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으로 실시한 자본유출 통제와 경제 지표 호조도 위안화 강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7월 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807억달러로 지난 10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올 초만해도 위안화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섰다가 지난 2월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지지선인 3조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무역수지는 최근 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위안화 강세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올 초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달러당 7위안' 전망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당분간 중국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에 진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이 대북 제재에 중국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각종 무역보복 조치를 검토할 움직임을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언급했던 '중국=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는 꺼내기 힘들어진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려 미국의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중을 공공연히 피력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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