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파기되는 대선공약…트럼프 지지기반 '흔들'
국경장벽 건설비용의 멕시코 부담, 이란 핵협정 파기,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세웠지만 파기되거나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핵심 대선공약들의 리스트입니다. 이 파기 리스트에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추가됐다고 진보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전국으로 생중계된 프라임타임 TV 연설에서 아프간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밝히며 사실상 대선공약을 뒤집었습니다.
허핑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는 아프간 전쟁을 끔찍한 실수라고 했지만, 철수는커녕 수천 명의 병력을 증파하기로 했다"며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을 경질함으로써 백악관을 워싱턴 주류와 온건파들이 장악하게 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을 우려하게 한 조치"라고 지적했습니다.
취임 전 아프간 전쟁을 "어리석다" "엉망진창"이라고 비난을 퍼붓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아프간 전략을 뒤집은 것은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공화당 전국위원회 관계자)이라는 게 대체적 지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발표에서 아프간 전쟁 개입과 관련해 "내 원초적 본능은 철수였다. 나는 옛날부터 본능을 따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돼 오벌오피스(집무실) 책상에 앉았을 때 결정은 아주 달라야 한다는 것을 들어왔다"고 입장 전환을 시인했습니다.
아프간 공약파기 논란은 앞서 줄줄이 이어졌던 다른 핵심공약들의 좌초와 맞물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멕시코 남부 접경의 거대장벽 설치 건이 대표적 사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설치 비용을 멕시코가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취임 후 일주일 만에 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외부 공표 금지를 통사정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과 주 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공약,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 공약, 이란 핵 합의 파기 공약, 오바마케어 폐지 공약 등도 사실상 파기되거나 이행되지 못한 약속들입니다.
존 케이식(공화) 오하이오 주지사의 보좌관인 존 위버는 허핑턴포스트에 "이러한 공약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엄청나고 아무
배넌이 이끄는 우파 매체 '브레이트바트'도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공개한 데 대해 "그의 연설은 돈이 많이 드는 외국에 대한 개입과 국가건설을 중지하겠다는 대선 기간의 주장을 지지했던 많은 이들에게 실망"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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