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오는 28일 홀푸드마켓 인수가 완료되는 즉시 홀푸드 식료품 일부의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식료품 업계에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경쟁업체들의 '씨를 말리는' 전략을 써온 아마존이 선전포고를 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마존은 과감한 인수합병과 신규시장 개척으로 20여년만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홀푸드의 고품질, 유기농 식품을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는 오는 28일 가격인하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1차 가격 인하가 적용되는 상품은 닭고기, 달걀, 아보카도, 유기농 연어 등이다. 다음달 초에는 바나나, 다진 쇠고기, 버터, 사과 등에 할인이 적용된다.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홀푸드 자체 PB 상품 판매를 시작하고 기존 아마존의 식료품 배송서비스인 아마존프레시, 프라임나우 등에 융합할 계획도 밝혔다. 아마존과 홀푸드의 온라인 시스템이 통합되고 나면, 아마존의 유료회원인 프라임 회원들에게는 홀푸드마켓에서 특별 할인과 점포 내 특전 혜택도 제공된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통합해 홀푸드 매장을 아마존 물류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재차 밝혔다. 홀푸드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을 합쳐 460개 이상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빠르고 과감한 가격인하 정책을 놓고 시장에서는 '아마존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본래 홀푸드는 다른 식료품 매장에 비해 15%가량 높은 가격을 적용하며 고급화 전략을 펼쳐온 기업이다. 인수와 동시에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아마존이 일시적인 수익감소를 감수하며 명확한 전략수정을 가한 것"이라 분석했다. 시장분석기관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의 소매부분을 총괄하는 미셸 그랜트도 "아마존은 분명히 저가 전략 DNA를 가진 기업이다. 아마존은 본래의 강점을 이곳(홀푸드)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라며 "아마존의 또다른 장점인 속도 역시 적용되는 모습"이라 전했다.
식료품 유통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식료품 유통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해 온 홀푸드의 매장수는 업계 선두인 월마트·크로거 등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아마존과의 결합을 통해 단숨에 업계 전체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경쟁업체의 주가는 월마트가 2%, 크로거가 8%, 타깃이 4%가량 하락했다. WSJ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미국 6대 슈퍼마켓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해 총 120억달러(약 13조542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며 "앞으로 식료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여년 전 일개 벤처기업이었던 아마존은 공격적인 인수합병, 신규시장 진출을 펼치며 오늘날 미국 유통업계를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공룡업체로 성장했다. 아마존 웹사이트의 수많은 상품 카테고리가 각종 전자상거래 기업을 인수하며 발전한 역사를 그대로 드러낸다. 2009년 신발 전자상거래기업인 자포스(Zappos), 2010년 전자기기 전자상거래기업인 우트(Woot)를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현재 미국내 전자상거래에서는 아마존의 마땅한 경쟁자가 없는 상태다. 미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중 그나마 아마존에 비견될만한 곳으로 이베이(ebay)가 꼽히지만, 2016년 매출이 89억8000만달러(약 10조1321억원)에 불과해 아마존의 1359억8000만달러(약 153조3990억원)의 15분의 1에 불과하다.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제외한 다른 사업 확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펼쳐왔다. 멀티미디어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게임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트위치(Twitch), 오디오북 업체 오디블(audible) 등을 인수한 것이 대표사례다. 오늘날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이외에도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교육, 동영상 제작 등 수많은 산업영역에 진출해 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더욱이 미국의 양대 종합일간지로 평가 받는 WP를 인수했고, 우주관광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 '블루오리진'까지 보유하고
아마존은 글로벌 영역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두바이 최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수크닷컴(Souq.com)을 6억5000만달러(약 7332억원)에 인수하며 중동에 진출했으며, 이어 호주 호주 시장에도 진입했다. 또한 지난달 동남아시아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에 최초 물류센터를 설립한 상태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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