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각발사'로 軍혼란 야기한 北 발사체…탄도미사일로 추정

'저각발사'로 軍혼란 야기한 北 발사체…탄도미사일로 추정



북한이 지난 26일 동해로 쏜 발사체는 포탄이 아닌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쏠 때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발사'를 주로 해온 북한은 이번에는 포탄을 쏘듯 '저각발사'를 해 군 당국의 판단을 교란했습니다.

군 관계자는 28일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에 관해 "한미 공동평가 결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중간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군 당국은 비행 궤적 분석을 토대로 300㎜ 방사포 포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도 북한의 발사체 발사 당일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측 탐지자산으로 수집한 정보 등을 포함해 추가 분석한 결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처음부터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 3발 가운데 1발은 발사 직후 폭발했지만, 2발은 250여㎞를 비행했습니다. 이들 발사체의 최고고도는 50여㎞로 파악됐습니다.

탄도미사일과 포탄은 엄연히 다른 무기체계입니다. 탄도미사일은 수백㎏의 무거운 탄두를 장착해 상승 단계에서 연료를 모두 연소한 다음,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돼 탄두의 관성에 따른 비행으로 표적에 떨어집니다.

이와는 달리, 포탄은 가벼운 탄두를 장착해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연료를 연소합니다. 이 때문에 포물선에 가까운 탄도미사일의 비행 궤적과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군 당국이 초기 분석 단계에서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가 300㎜ 방사포 포탄일 수 있다고 본 것도 비행 궤적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는 달랐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체를 평상시와는 다른 각도로 쐈다"며 발사각이 작은 '저각발사'일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탄도미사일은 최소한의 연료로 최대한의 사거리를 내기 위해 30∼45도로 발사하는 게 보통입니다. 북한은 이번에 이보다 작은 각도로 발사체를 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쏠 때 지나치게 먼 해역에 떨어지는 것을 막고자 고각발사를 주로 해왔습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맞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각도를 낮춰 탄도미사일을 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한미 군 당국의 혼선을 초래하려고 의도적으로 과거와는 다른 발사 방식을 택했을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발사체 발사 당일 청와대가 300㎜ 방사포로 추정하고 군 당국이 이틀 뒤에 탄도미사일로 사실상 번복한 것은 혼선을 외부로 드러낸 결과가 됐습니다.

군 당국은 청와대에 '300㎜ 방사포 등 다양한 단거리 발사체일 수 있다'는 식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북한의 발사체에 관해 '불상의 발사체'라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청와대가 굳이 300㎜ 방사포를 언급함으로써 군의 탐지 능력의 허점을 노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사시 북한이 남쪽으로 쏜 발사체의 종류를 최대한 빨리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발사체의 종류에 따라 대응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쏜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이냐 포탄이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응도 달라집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금지 대상이지만, 포탄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발사체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움직임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