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제재와 저유가 등 이중고에 시달려온 러시아가 새로운 기회의 땅인 북극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북극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등 북극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북극에 대한 투자를 보다 빠르게 끌어 올리면서 북극 자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영 석유기업인 로스네프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북극 대륙붕 개발에 1000억루블(약 1조 9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부터는 투자규모를 2.5배 늘려 2021년까지 2500억루블(약 4조 8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서방의 제재로 행동반경이 제한된 러시아가 북극 개발을 강력히 추진하며 서방의 대러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러시아 최대 민간 가스생산기업 노바테크는 북극에 총 30조 원 가량을 투자해 LNG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3월 북극을 방문해 "북극에 매장된 자원의 가치는 약 30조 달러(약 3경 3430조 원)로 추정된다"며 "이곳에서 러시아의 경제·안보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북극개발을 위한 러시아와의 협력을 중단한 미국에 대해 "북극권의 석유개발은 러시아와 미국 모두에 큰 희망"이라 비판했다. 북극 지역에는 미탐사 세계 석유매장량의 13%, 가스매장량의 30%가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의 북극 개척 야심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북극 개척의 필수 설비인 쇄빙선이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쇄빙선을 40척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6척은 핵 추진기를 탑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핵 추진 쇄빙선을 소유한 것은 러시아가 유일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패권을 다투는 미국은 북극에 한 척의 쇄빙선만 배치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지난 3월 러시아 최북단 야말반도의 한 항구에서 세계 최초의 '쇄빙액화천연가스운반선'(쇄빙LNG선) 입항식을 개최하고, 지난 8월 실제 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기존에는 쇄빙선이 만든 길을 수송선이 뒤따라가는 방식이었지만, 수송선이 스스로 얼음을 깨고 LNG를 운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러시아는 1957년 세계 최초로 핵 추진 쇄빙선 '레닌'을 개발하며 기술력에서 미국을 제치기도 했다.
러시아는 북극 자산을 지키기 위한 군사력 증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4월 노바야제믈랴 제도 북쪽의 북위 80도에 있는 프란차요시파 제도 알렉산드라랜드 섬의 새 군사기지를 공개했다. 새 군사기지는 1만4000㎡ 면적에 총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지금까지 북극에 지어진 군사시설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겨울철 기온이 영하 47도까지 떨어지는 외부로 나가지 않고 내부 통로로 통행할 수 있으며, 연료도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외부 지원이 끊겨도 150명의 군인이 최장 18개월을 버틸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러시아는 북극 4개 지역에 추가로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매년 북극에 새로운 군사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며 "2018에도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2020년에는 우리가 계획중인 군사기지를 완공할 것"이라고 말
러시아는 북극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유엔에 제기하는가 하면 이 일대에서 여러 차례 군사 훈련을 벌이면서 북극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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