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중국계 의원이 중국 일류 군사학교에서 10년 넘게 특수 교육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뉴질랜드 국가정보기관이 수사에 나섰다. 오는 23일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이 중국의 스파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뉴질랜드 현지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인터넷매체 '뉴스룸'과 공동 취재를 통해 중국계 양젠 의원이 중국 공산당의 언어학 학교는 물론 중국 엘리트 기관에서 10년 이상 훈련과 교육을 받았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양 의원은 뉴질랜드 국적 취득 이후인 2011년 집권당인 국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36위로 당선됐다. 이후 당의 자금 조달에 큰 역할을 담당하면서 뉴질랜드와 중국의 우호관계 유지에 이바지해왔다는 평을 받아왔다. 양 의원은 의회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추구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국제적인 정책과 입장을 반영하는 국제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 55세인 양 의원은 중국 장시성 출신으로 32세까지 중국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학력과 군사경력 등의 정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양 의원의 공식 경력에는 호주국립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1999년부터 오클랜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뉴질랜드 국적을 취득했다는 내용만 기재돼 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 의원은 1978년 시안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학교에 남아 5년 동안 영어를 가르친 뒤 뤄양외국어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러나 인민일보 산하 잡지인 '환구인물'에서는 양 의원이 1978년 해방군 공군공정학원을 성적 우수자로 졸업한 뒤 뤄양외국어학원에 들어갔다고 소개해 차이를 보였다. 뤄양외국어대학과 공군공정학원은 중국 인민해방군에 소속돼 엘리트 정보요원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전해졌다.
FT는 뉴질랜드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과 비밀정보를 공유하는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에 속한 점을 지적했다. 양 의원이 외국 정부에 대한 영향력과 스파이 활동을 펼치기 위해 뉴질랜드 정치권에 잠입해 6년간 활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중국 체류 당시 정보요원을 양성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스파이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 의원은 "이미 현지 화교사회에 중국에서의 재학 이력을 밝힌 바 있다"며 "그것이 스파이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자신이 중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양 의원은 뉴질랜드 국적자로 그에 대한 문제는 뉴질랜드에 물어야 할 것"이라며 "타국의 내부 사정은 논평
F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뉴질랜드가 미국과 영국보다 접근이 쉽다는 점을 이용해 타국에서의 정보취득활동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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