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한 도발이 대단히 개탄스럽고 또 우리를 격분시켰다." (문재인 대통령)
"(환한 표정으로) '개탄스럽다'는 단어를 듣게 되다니 매우 기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난 21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쓴 '개탄스럽다(deplorable)'는 단어에 트럼프 대통령이 반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 참모진도 모두 큰 웃음을 터뜨렸다. '개탄스럽다'에 얽힌 트럼프 대통령의 각별한 사연은 무엇일까.
이날 통역은 문 대통령의 개탄스럽다는 발언을 "deplorable"이라는 단어를 써서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내가 매우 관심이 많은 단어다. 절대로 내가 그 단어를 써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농담을 건넨 데 이어 "그 단어는 나와 수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행운의 단어였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이란 무거운 주제를 논하던 상황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순간 던진 농담에 좌중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회담 분위기도 다소 부드럽게 바뀌었다. 문 대통령에게도 '행운의 단어'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탄스럽다'는 문 대통령의 표현을 좋아한 이유는 그 단어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더러 '개탄스러운 집단(basket of deplorable)'이라고 비하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결집을 부르는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개탄스럽다' 발언은 힐러리 국무장관 본인도 지난 12일 펴낸 회고록을 통해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힐러리 전 국무장관을 소재로 농담을 했다"며 "지난해 대선 경쟁자를 아직 떨쳐내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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