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은 '경험상품'이다. 헤르만 지몬 회장이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는 4차 산업시대에도 결국은 '대면(對面) 서비스'가 관광의 핵심요소로 남을 것이라고 단언한 이유 역시 관광은 사람이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만족감을 얻는 소비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접경험이라는 관광행위의 본질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IT 수단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7 글로벌 관광레저 포럼에서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관광산업에 얼마나 극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4차 산업시대 관광 AR/VR 비즈니스 기회'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티모시 정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 교수는 "AR과 VR 기술이 4차 산업시대에서 관광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다고 여겨지던 관광산업에 무한한 적용가능성을 제시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인간 체험의 만족도와 기억 지속 여부는 읽은 것, 들은 것, 본 것에 비해 직접 경험한 것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 분야가 있지만 가장 활용도가 높은 것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정 교수가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와 진행한 'Manchester Beacon AR VR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맨체스터 시의 과학과 역사에 관한 정보를 증강현실 프로그램에 담아 관광객들에게 제공한 사업이다. 2014년엔 맨체스터 미술관에서 구글 글래스를 이용한 AR 서비스를 시험 적용하기도 했다. 또 영국 남부 콘월에서 '삼성 기어 VR'을 이용해 광산 박물관을 가상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했다. 정 교수 분석에 따르면 이런 가상현실을 체험한 고객들의 상당수가 직접 영국 멘체스터 시청과 미술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VR·AR은 관광을 대체하는 위협상품이 아니라 관광에 날개를 달아주는 보완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계 유명 호텔체인 샹그릴라는 지난 2016년부터 모든 호텔과 리조트에 VR 전용 비디오를 제작해 고객들이 예약 전에 호텔 내부 및 외부의 분위기와 크기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정성일 딜로이트 컨설팅 부사장은 "상당수의 호텔리어들이 AR·VR 기술이 고객응대와 가이드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며 "이들 기술의 활용이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새 사업 전략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M&GENT의 안성주 대표는 "모바일 기기 및 VR·AR을 활용한 관광 정보 제공과 간접 체험이 호기심 유발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아직 충분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정 교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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