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하향곡선을 그려온 국제 유가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면서 발생한 '중동 리스크'가 국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0.67달러(1.2%) 상승한 57.36달러로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2년물 브렌트유도 같은날 배럴당 1.20달러(1.9%) 올라 63.40달러로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공식 인정과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 살해 등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프리카 최대 원유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석유 노동자들의 강경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루크만 오투누가 FXTM 애널리스트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따라 가격 상승 지속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원유 수입량을 급격하게 늘렸다는 조사 결과들도 유가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세관은 지난달 원유 수입량이 1일당 900만배럴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 730만배럴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로 중국 경기 회복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메르츠방크는 지난달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전년 동월대비 12%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코메르츠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꾸준한 감산 노력이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P글로벌플랫츠에 따르면 지난달 OPEC 산유량은 3235만배럴로 6개월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셰일가스 기업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국 원유정보 제공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내 원유굴착설비가 2개 늘어 751개를 기록했다. 원유굴착설비 수는 향후 석유 생산량을 추산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굴착활동이 재개되는 모양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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