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이 사민당과 대연정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20년까지 달성하려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폐기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보호자를 자처하던 메르켈 총리의 평판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에너지, 환경, 기후 보호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민당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 폐기에 뜻을 모았다.
독일 정부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지난 10년간 이같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11년에는 메르켈 총리가 탈원전 선언까지 단행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독일이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지난해 독일 에너지 연구단체 아고라 에네르기벤데는 "독일이 실제로는 30∼31% 정도만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한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했지만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은 엄청나게 늘었다"며 독일의 모델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목표달성을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는 것이다. 문제는 석탄발전소 대부분이 자리잡고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주가 기민당과 사민당의 지지기반이라는 것. 이때문에 기민당과 사민당은 석탄발전소 폐쇄를 단행하지 못하고 지역 여론의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끌어 왔다.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폐기하기로 한 것에는 이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대신 2030년까지 55%를 감축하는 새로운 목표치를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의가 대연정 협상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연정 성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독일 정치권 의견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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