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미국과의 항공기 무역분쟁에서 승리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로써 캐나다는 향후 미국과의 무역 전쟁과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이날 표결 끝에 4대0 만장일치로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 봄바디어가 미국 보잉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이는 지난해 봄바디어에 덤핑 혐의로 300%의 상계·반덤핑 관세 부과 예비판정을 내린 미국 상무부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미국 상무부의 결정을 ITC가 뒤집은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국과 캐나다간 국가 차원에서 이 건에 대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 캐나다가 이긴 것으로 해석된다.
보잉사는 지난해 봄바디어가 자사의 소형 항공기종인 c시리즈 75대를 미 델타항공에 원가 이하로 팔아 피해를 봤다며 이를 상무부에 제소했다. 보잉사는 이 과정에서 캐나다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봄바디어 측은 판결에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봄바디어는 성명을 통해 "ITC의 결정은 혁신과 경쟁, 법치의 승리이자 미국 항공사들과 여행객의 승리"라고 밝혔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무장관도 "캐나다 정부는 앞으로도 보호무역 정책에 맞서 캐나다 항공산업과 그 노동자들을 힘껏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보잉사는 "(봄바디어의) 법규 위반으로 미국 항공 산업이 피해를 봤으며 우리는 시장에서 그런 부당한 관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며 "ITC의 결정에 반대하며 위원회의 상세한 판정 근거가 나오면 이를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ITC의 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은 3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ITC의 판정은 단순히 양사 분쟁을 넘어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승부에서 승리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양사의 법적 분쟁이 이후 미국과 캐나다 간 전면적인 무역 전쟁으로 번져왔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상무부의 관세 부과 판정에 반발해 보잉사의 F/A-18 슈퍼호넷 전투기 18대를 도입하려던 계획을 폐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규모는 52억3000만달러(5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소식을 전하며 "(양사 분쟁이) 최고 수준의 국제 외교 분쟁으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그외 캐나다산 목재와 종이에 대해서도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CNN머니는 현재 6차까지 진행된 나프타 재협상에서도 트뤼도 총리가 기세를 몰아 공세를 취할 수 있다고 전했다. CNN머니는 "트뤼도 총리는 트럼프가 귀를 기울이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해외 인물"이라며 "트뤼도의 다음 승리는 나프타의 생존
현재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국은 지난 23일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치열한 나프타 재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측은 현재 자동차 원산지 규정을 미국산 부품 사용 비중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정하길 원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의 완강한 반대에 막혀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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