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부의 대대적 숙청으로 구금됐던 알왈리드 빈탈랄 사우디 왕자가 석방됐다. '사우디의 워런 버핏'이자 억만장자인 그는 체포될 당시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빈탈랄 왕자는 27일(현지시간) 구금돼 있던 사우디 리야드 리츠칼튼호텔에서 풀려나 자택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한 숙청으로 왕자, 전·현직 장관, 기업인 등 수백명과 함께 조사를 받아온 지 3개월 만이다. 사우디 당국은 이들에게 기소를 피하려면 불법'으로 축적한 재산을 정부에 헌납하라고 요구해왔다.
빈탈랄 왕자가 특히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의 재산과 운영하는 회사 때문이다. 약 170억 달러(약 18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그는 중동 최대 투자회사중 하나인 킹덤홀딩스를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애플, 씨티은행, 트위터 등 세계적 기업의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그의 신병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킹덤홀딩스의 시가총액 20억달러가 최근 증발한 상태다.
사우디 당국과 빈탈랄 왕자의 석방 합의금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풀려난 무타입 빈압둘라 왕자가 10억달러(약 1조 600억원)을 내고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빈탈랄 왕자는 재산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익명의 사우디 정부 소식통은 AFP 통신에 "오늘 아침에 검찰총장이 빈탈랄 왕자와 합의를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합의금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빈탈랄 왕자는 풀려나기 직전 로이터와 인터뷰를 통해 정부로부터 어떤 고충도 겪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방을 위해 ) 꼭 돈을 내야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내게 킹덤홀딩스 6조달러치를 요구했다는 것도 거짓 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면서 이번 수사를 주도한 빈살만 왕세자의 반부패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서 합의금 지불을 거절한 몇몇 인사는 '호텔 감옥(리츠칼튼)'에서 실제 감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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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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