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리스크'에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정부에 대한 미사일 공습을 예고했고,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는 미국의 공습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경고한 상태다.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31달러(2.0%) 상승한 66.8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로 3년 4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WTI는 이번주 들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배럴당 4.76달러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배럴당 1.02달러(1.4%) 오른 72.06달러에 거래됐으며 장중 한 때 73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날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가 급등세를 막진 못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330만배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이 18만9000배럴의 감소를 예상한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꽤 컸다.
원유시장에선 중동 지역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할 경우 유가가 추가 랠리를 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 헤지펀드 어게인캐피탈의 설립자 존 킬더프는 미국이 오는 5월 12일까지 이란 핵합의 탈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시리아 군사 충돌이 불거진다면 원유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람코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유가를 기대하고 있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데다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분위기를 주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는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OPEC 정례회의 때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합의가 불거지면 유가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생긴다. 미국의 셰일 업체가 원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점이 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
한편 시리아 리스크가 커지자 금과 같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서 국제 금값이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4.10달러(1.1%) 오른 136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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