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핵합의 탈퇴 후 일주일새 두번째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이번엔 이란 중앙은행 총재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5일(현지시간) 이란 중앙은행의 발리올라 세이프 총재와 알리 타잘리 국제국 부국장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성명에서 세이프 총재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모금하는 것을 도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란은 세계 최대의 이슬람 시아파 인구를 보유한 맹주국으로 꼽힌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란 최고 은행의 간부가 헤즈볼라와 같은 테러단체의 자금 조달을 촉진하기 위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공모하는 것은 끔찍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며 "미국은 이란이 국제금융시스템을 뻔뻔하게 오용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또 이라크 소재 알-빌라드 이슬람은행과 은행장에게도 제재를 가했다고 밝혔다. 알-빌라드 이슬람은행은 세이프 총재의 자금을 받아 헤즈볼라에게 자금을 넘긴 연결고리로 지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8일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를 탈퇴한 뒤 10일 첫번째 제재를 단행하며 이란 압박의 첫발을 뗀 바 있다. 재무부는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와 외환 거래를 한 기관 3곳과 개인 6명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했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영국·프랑스·독일의 외교장관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핵합의 살리기' 해법을 수 주 내로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란이 핵개발을 동결할 시 서방국가의 투자가 이뤄지고 이란의 원유 수출이 허용되도록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도 제재해야 한다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거론하고 있어 이란을 만족시킬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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