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대표적인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의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도널트 트럼프 미 행정부가 금융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오바마 지우기'에 나선 셈이다.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은 도드-프랭크법 개정안을 찬성 258표, 반대 159표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금융규제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금융 부문 규제완화에 본격 착수했다.
'도드-프랭크 월스트리트 개혁 소비자 보호법'이 정식 명칭인 도드-프랭크법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광범위한 금융개혁법으로, 금융 부문의 '오바마 케어'라고도 불린다.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감독을 강화하고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도드-프랭크 법의 핵심인 '볼커룰'은 미국 내에 있는 금융기업이 자기 자본으로 파생상품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지난 2008년 미국 내 대형 투자사들이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에 과다하게 투자하다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파산해 큰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긴 법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미국 월가의 초대형은행, '대마(大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은행에 적용된 규제를 완화했다. 자산이 100억 달러(약 10조 8000억원) 미만인 은행들을 볼커룰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출·자본금 요건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은행이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현황을 보고해야 하는 의무에서 벗어나게 된다.
특히 위기 발생시 금융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감독대상'이 되는 은행의 자산 기준도 기존 500억 달러(54조원)에서 2500억 달러(270조원)로 대폭 올렸다. 감독대상 은행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받고,파산에 대비한 정리의향서(living wills
하지만 도드-프랭크법에 의해 창설된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종전대로 운영될 예정이다. CFPB는 도드-프랭크법 발효 이후 FRB 내에 독립조직으로 신설된 연방정부기구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관련법의 시행령 제정,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 금융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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