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던 반정부 성향 러시아 언론인 피살 사건은 우크라 보안 당국의 특수작전에 따른 조작극으로 밝혀졌습니다.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던 아르카디 41세 바브첸코는 현지시간으로 어제(30일)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이 연 기자회견장에 건강한 모습으로 등장해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타스·AP 통신 등에 따르면 바실리 그리착 우크라이나 보안국장은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특수작전을 통해 바브첸코에 대한 살해 시도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착은 바브첸코를 살해하려 한 자들을 붙잡기 위해 그가 죽은 것처럼 꾸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바브첸코 살해는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된 우크라이나인이 주문했다"면서 "주문자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내전에 함께 참여했던 친구 중 한 명에게 살해 대가로 3만 달러(약 3천200만 원)를 약속하고 1만5천 달러를 선불로 지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살해 주문자는 이날 키예프에서 체포됐으며 그가 우크라이나에서 바브첸코를 포함해 30명을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착은 "보안국이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바브첸코 살해는 바로 러시아 정보기관이 청부를 맡겼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착의 소개로 TV로 생중계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비첸코는 "아직 살아있다. (내가) 죽기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이다.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자작극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아내와 지인들에겐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한 달 전 보안국으로부터 자신에 대한 살해 계획 정보를 전해 듣고 작전 참여를 제안받은 뒤 이를 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보안국의 훌륭한 작전을 축하하면서 "러시아는 진정하지 않을 것이다. 아르카디와 그 가족에 대한 24시간 경호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바브첸코는 전날 키예프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괴한이 등 뒤에서 쏜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특수작전에 대해 전혀 몰랐던 그의 아내가 가장 먼저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의 남편을 발견해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후송했었습니다.
바브첸코 살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된 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 배후설을 제기했고 러시아는 이를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종군기자로 활동한 바브첸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 푸틴 대통령의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그는 제작년(2016년) 12월 페이스북에 러시아 국방부 소속 투폴례프(Tu)-154 항공기가 흑해 상공에 추락한 사건에 대한 글을 올리고, 러시아를 '침략자'로 묘사한 이후 살해 위협을 받고 2017년 2월 러시아를 떠났습니다.
체코와 이스라엘 등을 거쳐 키예프로 주거지를 옮긴 바브첸코는 우크라이나의 크림타타르족 방송 ATR TV의 앵커로 활동해 왔습니다.
바브첸코 생존 소식이 알려진 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도 성명을 내고 "동기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우크라이나 경찰이 진실을 갖고 게임을 한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