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외국에서 동성과 결혼해 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그 배우자는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올 수 있을까요. 대답은 아직 '아니다'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캐나다에 거주하는 사이먼 헌터 윌리엄스(34)씨는 최근 '국제결혼한 동성부부도 결혼이민비자(F-6)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보냈다가 출입국정책 관할부처인 법무부로부터 '불가' 취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윌리엄스씨는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저와 한국인 남편(32)은 2015년 영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여느 영국 커플과 마찬가지로 혼인증명서를 받았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인 이성과 결혼한 다른 외국인과는 달리 저는 한국에 결혼이민비자를 신청할 수 없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윌리엄스씨는 "나는 한국에 오래 살았고, 한국을 사랑한다"며 "아이도 (입양해) 기르면서 정착하고 싶은데, 부부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면 의료보험 문제로 병원조차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다른 형태로 체류 비자를 얻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법체계에서는 '합법적인 한국인 남편'이 있는데도 한국에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2등 시민'으로서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법무부는 윌리엄스씨의 이런 청원에 "동성혼 인정 및 동성혼을 한 자의 결혼비자 발급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조심스러운 검토가 필요하다"며 비자발급 요청에 사실상 거부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법무부는 답변서에서 "혼인이 기본적으로 남녀의 결합관계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직은 일반 국민의 인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헌법,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혼인'은 '남녀의 애정을 바탕으로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도덕적, 풍속적으로 정당시 되는 결합'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내법상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사이라도 국내 결혼이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2016년 서울서부지법도 영화감독 김조광수(51)씨 동성커플이 혼인신고를 수리해 달라며 낸 가족관계등록 신청 사건에서 같은 이유를 들어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윌리엄스씨는 결혼 후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지방자치단체, 대사관 등 국내외 수많은 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권리 보장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나라가 늘면서 윌리엄스씨처럼 결혼이민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을 겪는 국제결혼 배우자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네덜란드가 2001년 동성혼을 합법화한 이래 지금까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총 25개 국가에서 동성혼 합법화가 이뤄졌고, 이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윌리엄스씨가 혼인식을 올린 영국은 2014년부터 동성혼을 인정해왔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류민희 변호사는 "부부로서 완벽한 권리를 보장받던 이들이 한국 국경만 넘어오면 서로 남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은 글로벌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윌리엄스씨 커플과 같이 차별을 겪는 사례는 많고, 앞으로도
류 변호사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자국 내에서 동성혼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타국 동성 혼인자가 이주해올 경우 혼인상 권리를 일부 인정한다"며 "동성 결혼이주자의 권리문제는 '한국엔 동성혼 제도가 없다'라고 안일하게 끝낼 게 아니라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