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美항공사들에 "中의 대만 표기 수정요구 무시하라"

중국 당국이 외국 항공사들에게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식할 수 있는 표기를 수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델타 항공 등 자국 항공사들에게 중국의 요구를 따르지 말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유나이티드 항공, 아메리칸 항공, 델타 항공 등 미국 항공사에게 중국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항공사들은 자사 웹사이트와 지도에 대만을 중국령이 아닌 '타이완'으로 표기하고 있다.
앞서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 4월 25월 외국 주요 항공사들에 공문을 보내 대만과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비칠 수 있는 표현들을 한 달 안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미국 백악관은 지난달 초 성명을 통해 "중국의 요구는 '전체주의적 난센스'(Orwellian nonsense)'라고 비난한 바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표기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외국 항공사의 대만 표기 수정 시한을 6월 말로 연장했다. 더글러스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 간의 사안으로, 우리는 미국 정부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 콴타스 항공은 최근 중국의 요구에 못 이겨 대만을 국가처럼 분리 표기하는 방식을 수정키로 했다.
항공사의 대만 표기 문제를 두고 미국이 강수를 두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가 미국을 겨냥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6일 사평에서 "미국 정부가 (항공)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대만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표기하는 것은 항공사의 자유인데 미국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막아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중국 당국은 네티즌 등 민간에서 대만을 별도 국가로 표시하는 항공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을 받아들여 외국 항공사들에게 표시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이는 시장의 수요이자 요구인데 미국이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