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경제특구 조성 관련법안 처리를 4개월간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최장 99년간 토지 임대를 허용하는 조항에 반중감정이 폭발, 이례적으로 거리 시위까지 벌어지는 등 반발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법안에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에 특혜를 줘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세간에서는 "정부가 중국에 땅을 팔아넘기려는 것이냐"는 말까지 돌았습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도 전문가들로부터 우려하는 메시지와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10일 일간 베트남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성명에서 애초 15일로 예정했던 경제특구 관련법안의 국회 심의·의결을 오는 10월로 연기하고 법안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또 수정안에 경제특구의 토지임대 조항을 아예 넣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행법상 다른 지역의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최장 70년간 토지를 임대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국회의원, 과학자, 경제학자, 전문가, 국민의 열정적이고 책임 있는 의견을 듣고 국회에 법안 처리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수정안은 국가 안보와 주권을 수호하면서 경제특구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려는 국회와 국민의 열망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9일 오전 수도 하노이시 호안끼엠 호수 주변과 베트남 남부 경제중심지 호찌민시의 산업단지, 푸꾸옥 섬 등 전국 곳곳에서 수십 명부터 수천 명에 이르는 시민이 '중국, 물러가라"고 적힌 피켓이나 대형 펼침막을 들고 거리 시위를 벌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쯔엉사 군도(스프래틀리 제도, 중국명 난사<南沙>군도), 호앙사 군도(파라셀 군도, 중국명 시
이 같은 장면이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되면서 시위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댓글이 쇄도했고, 파일공유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벌이는 영유권 분쟁 등의 이유로 베트남 사회 저변에는 짙은 반중감정이 깔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