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매장량 세계 1위인 남미의 '부자 나라' 베네수엘라가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 최근 3년간 베네수엘라 인구의 7%, 230만 명이 국경을 넘어 탈출했을 정도인데요.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가 몰락하게 된 배경을 이번 주 글로벌포커스에서 짚어봅니다.
최은미 기자입니다.
【 기자 】
긴 줄을 기다려 고기를 사고는, 받자마자 냄새부터 맡습니다.
악취가 날 정도로 상했지만, 그마저도 없어서 못살 정도입니다.
▶ 인터뷰 : 루나 / 정육점 손님
- "약간 나쁜 냄새가 나긴 하지만, 식초와 레몬으로 씻으면 그럭저럭 먹을 만합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최근 지진에 정전사태까지 겹치며 주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했습니다.
3년 연속 두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에 경제 기반이 붕괴되며 식량과 생필품은 동났습니다.
빵 한 덩어리를 사려면 두 손 가득 지폐 다발을 들고 가야 하는 상황, 물가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8만% 올랐습니다.
결국 휴지 하나가 260만 볼리바르, 닭 한마리가 1460만 볼리바르에 이를 정도로 물가가 치솟자, 정부는 급하게 뒷자리에서 0 다섯 개를 떼어내는 10만 분의 1 화폐 개혁을 단행했지만,
▶ 인터뷰 : 마두로 / 베네수엘라 대통령
- "여기 개혁을 위한 새로운 세트의 화폐가 있습니다. "
오히려 시장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 인터뷰 : 마르카노 / 시장 상인
- "무엇보다도 우리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100% 혼란스러워요."
빈곤층이 늘면서 전체 국민의 몸무게가 지난해 평균 11kg이나 줄어든 상황.
굶주림을 참지 못해 나라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국경지대에는 난민들이 넘쳐납니다.
이미 지난 3년간 전체 국민 7%인 230만 명이 국경을 넘었고, 지금도 하루 수천 명이 난민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르너 / 베네수엘라 난민
- "4~5일 동안 비와 추위 속에서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얼마나 힘들지 이해하시겠어요?"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남미의 부자 나라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를 부자로 만들어줬던 석유가 오히려 독이 됐다고 지적합니다.
국가 수입의 96%를 석유 수출에 의존했지만,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던 유가가 2013년 무렵 20달러 선까지 폭락하면서 재정이 형편없이 쪼그라든 것입니다.
이 시기 반미 사회주의 노선을 내걸며 취임한 마두로 대통령은 이전 차베스 정권이 잘 나갈 때 늘려놨던 무상복지 같은 공공지출을 줄이지 않았습니다.
▶ 인터뷰 : 마두로 / 베네수엘라 대통령(2017년 1월)
- "1월부터 최저임금과 연금을 50% 인상합니다."
정유사처럼 탄탄한 민간기업들은 일찌감치 국유화돼 자생력을 상실한 지 오래, 시장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주지 않고 정부가 좌지우지한 결과입니다.
석유 산업에만 의존해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지 못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대외 환경 변화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걸맞은 개혁에 나서지 못한 탓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오늘도 짐을 싸 국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최은미입니다.
영상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