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에서 지난 2년여간 13명을 물어죽인 '식인 호랑이'가 대대적인 포획작전 끝에 2일(현지시간) 사살됐습니다.
3일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독일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인도 서부 마하슈트라주(州)에서 '아브니'라는 별명을 가진 6살짜리 암컷 호랑이(공식명 'T-1')가 총을 맞고 숨을 거뒀습니다.
2016년 6월부터 인도 서부 마하슈트라주 야마트말 지역에 있는 랄레가온 숲 인근 마을 주민 최소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호랑이입니다.
마하슈트라주 정글 일대에서 대대적으로 펼쳐진 포획 작전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집요하게 이뤄졌습니다.
인력 수백 명과 원격조종 카메라 수백대, 열 감지 드론과 행글라이더가 동원됐습니다. 특별 훈련을 받은 코끼리들도 사수를 태우고 동참했습니다.
작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T-1이 새끼 두 마리를 둔 어미 호랑이여서 새끼들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T-1은 '이례적으로' 영악한 듯 보였고, 우기가 길어지면서 덤불이 무성하게 자라 있는 등 어려움이 겹쳤습니다.
포획팀이 생각해 낸 비책은 캘빈클라인 향수 '옵세션'이었습니다.
사향고양이의 페로몬을 함유한 옵세션을 뿌려두면, 고양잇과 동물이 킁킁거리며 몇분간 어슬렁거리는 등 유인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포획팀은 이날 T-1이 숨어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역에 옵세션과 호랑이 소변을 뿌려뒀고, 몇 시간이 지나자 결국 T-1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8∼10m 거리에서 마취총을 쐈습니다. 잠이 들려면 최대 15분이 걸리지만, T-1은 울부짖기 시작하더니 사수들이 탄 지프에 달려들었습니다.
결국 사수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인도 당국은 '자기방어' 차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총알은 호랑이의 아래쪽을 관통, T-1은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T-1의 죽음에 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주민은 NYT에 "이제야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며 "들판에 나가 원래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T-1을 꼭 죽여야 했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PETA는 "아브니는 피에 대한 사냥꾼의 욕망 때문에 불법적으로 사살된 것"이라며 이 문제를 야생동물 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어느 어미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
인도는 세계 최대의 호랑이 서식지입니다. 호랑이 보호 정책이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개체 수는 2006년 1천411마리에서 현재 2천500여마리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전용 보호구역을 탈출, 민가로 내려와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