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화재 참사를 낸 여객기 기장은 착륙 이전까지만 해도 기체가 낙뢰를 맞은 상황을 치명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정상 착륙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지 REN TV가 어제(7일) 공개한 조종사와 공항 관제사 간 교신 내용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교신 녹음에 따르면 여객기가 낙뢰에 맞아 주요 통신장치가 고장 난 후 기장 데니스 예브도키모프는 비상통신채널을 통해 지상 관제소에 긴급 신호인 '팡팡'(Pan-Pan) 신호를 보냈습니다.
팡팡 신호는 항공기나 승객이 위험에 노출됐으나 생명이나 항공기 운항에는 심각한 위협이 없어 즉각적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을 의미합니다.
기장은 팡팡 신호를 보낸 뒤 관제사에게 "회항을 요청한다. 무선통신이 두절됐고 비행기가 번개에 타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기체가 번개에 맞아 충격을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뒤이어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기장은 첫 번째 활주로 접근에 실패했다고 보고했고, 이에 관제사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라고 묻자 기장은 "아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정상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신에 문제가 있고 항공기 자동조종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장은 다시 비행기 고도를 낮췄고 착륙 준비가 됐다고 보고합니다.
관제사가 '육안 착륙을 할지 계기착륙(ILS)을 할지'를 묻자 기장은 "ILS로 하겠다"고 답합니다.
얼마 뒤 관제사가 "착륙을 허가한다"고 기장에게 전하고 "사고팀은 활주로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뒤 교신은 끊깁니다.
이 같은 교신 내용을 볼 때 기장은 착륙 이전까지 항공기를 안전하게 착륙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긴급 조난신호인 'Mayday' 신호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기장이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소방차나 구조팀을 활주로에 미리 배치하도록 요청하지 않은 것이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5일 오후 6시쯤 북부 도시 무르만스크로 가기 위해 모스크바 북쪽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을 이륙했던 러시아 국영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슈퍼 제트 100' 기종 여객기가 약 28분간의 비행 뒤 회항해 비상착륙하는 과정에서 기체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대형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항공기가 너무 빠른 속도로 내리면서 활주로 콘크리트와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승객 73명과 승무원 5명 등 78명 가운데, 승객 40명과 승무원 1명 등 41명이 불타는 항공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유독가스에 질식하거나 불에 타 숨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