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콜레라와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이 8일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발생한 콜레라 의심 사례가 이미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15세 이하의 아동 20만3000명이 콜레라 의심 판정을 받았으며 올해에만 최소 193명의 아동이 콜레라와 관련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콜레라와 관련한 사망자 수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콜레라 의심환자의 사망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배 많았으며 사망률은 두 배에 달한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발병률이 급증하여 사태가 더 치명적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분쟁으로 인해 깨끗한 물과 위생 시설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아동 920만 명이 안전한 물에 제대로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연료 공급이 불안정해지며 하수 처리와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까닭에 예멘의 많은 지역이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질병의 온상이 됐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은 면역력이 약해져 콜레라에 더욱 취약해지며 감염될 경우 사망할 확률이 최소 3배 더 높다.
타메르 키롤로스 세이브더칠드런 예멘사무소장은 "보건의료 및 위생 시스템이 붕괴되고 강제 이주와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인구가 많아져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며 "예멘의 보건 시설은 절반만 운영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폐쇄됐거나 부분적으로 운영되는 등 보건 시스템 자체가 과중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콜레라가 만성적인 질병이 됐고, 특히 호우와 홍수로 감염이 확산될 것이 우려된다"며 "계속되는 분쟁으로 상수도 체계가 무너지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살아남기만을 바라며 온 힘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 내 주요 분쟁지역에 소재한 보건시설에서 경구 수분 보충 치료(탈수증 완화 요법)와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질 정화를 비롯해 질병 예방을 위한 지역 내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콜레라로부터 구하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오로지 전쟁의 종식뿐이라고
세이브더칠드런은 예멘 분쟁의 모든 당사자에게 스톡홀름 합의를 이행하고 항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보건 시스템 재건을 위해 긴급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인 콜레라로 더 많은 인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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