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50억달러(약 5조 9000억원)의 벌금을 무는 것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민간 합의체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같은 사안에 대해 별도로 1억달러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FTC와 SEC 두 기관 모두 역대 부과한 벌금, 과징금 최대 규모로 때린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이날 전년에 비해 26%나 중가한 매출을 기록하면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보여줬고, 이용자 숫자도 24억명을 넘어서면서 주가가 오히려 장중 1% 가량 올랐다가 시간외 거래에서는 3% 상승했다. 미국 대선을 흔들 정도로 큰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연간 매출의 9~10% 정도에 해당하는 벌금만 무는 것이 합당하냐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개인정보 유출 등과 관련해 페이스북에 이런 벌금을 부과하면서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사생활 보호 준수 여부를 보고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벌금은 FTC가 정보기술(IT) 기업에 부과한 것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2012년 구글에 부과된 2250만달러였는데 이번에는 이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FTC의 명령을 준수하고 있는지 보장할 책임을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새롭게 지웠다. 저커버그는 준법감시인과 함께 분기마다 회사가 사생활 보호 프로그램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매년 회사가 전체적인 FTC의 명령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저커버그 CEO가 이 과정에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다면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외부에서는 FTC가 승인한 독립적 감정인이 2년마다 평가를 수행하고 분기마다 새로 이사회에 설립될 '사생활 보호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 감정인에게 이용자 500명 이상의 데이터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때부터 30일 이내에 이 사실을 통지해야만 한다. 새로 설립될 독립적인 사생활 보호 위원회는 이용자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의사결정 때 저커버그가 행사해온 무제한의 통제권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FTC는 2018년 3월부터 페이스북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 명의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TC는 페이스북이 2012년 FTC와 맺은 합의를 위반했는지 조사해왔다.
한편 SEC도 같은 캠브릿지 애널리티카 개인정보 오용에 대한 내용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억 달러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다. SEC는 1억 달러의 과징금이 이런 정보 공개 오류에 부과된 것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FTC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반(反)독점 조사를 개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전날인 23일에는 법무부가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대한 광범위한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상최대의 과징금과 벌금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실적은 견조했다. 페이스북은 올해 2분기에 1년 전보다 28% 증가한 168억9000만 달러(약 19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특히 월간 활성 이용자는 전 분기의 23억8000만 명에서 3000만 명가량 증가한 24억1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CNN은 "페이스북이 기록적인 50억 달러의 벌금을 물기로 합의한 지 몇 시간 뒤, 이용자 정보를 수집하고 표적 광고를 보내는 이 회사의 사
업모델은 어느 때보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이날 페이스북의 주가는 장중 1%가량 상승한 데 이어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는 3% 이상 올랐다.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고, 이용자 숫자 증가도 견조하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확인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