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왼쪽)와 린이푸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명예원장 겸 교수가 무역마찰 등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사진 = 김호영 기자] |
"퍼거슨의 경고는 아마도 자신들의 문화적 유산을 담보로 과거 서구(제국주의)가 그랬으니 중국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은 다른 국가에게 우리 체제를 도입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린이푸)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세계지식포럼의 개막 이벤트인 '전환기 세계 경제-G2 경제전쟁' 토론은 최근 벌어지는 미·중 갈등의 대리전을 방불케할 만큼 열기가 뜨거워다. 세계적 경제사학자로 손꼽히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의 입장을,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면서 말그대로 '맞짱' 토론을 벌였다.
퍼거슨 교수는 G2경제전쟁의 배경에 대해 "중국 정부는 2030년대 유일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전쟁에 나선 것은 늦기전에 중국이 세계 정치·경제에서 유일한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도 오점이 많긴 하지만 중국의 경우 의미있는 규칙이나 질서가 없다"면서 "중국이 최대 강대국이 되면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말을 이었다.
린 교수는 퍼거슨의 지적에 대해 미국과 다른 중국 체제의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 오해라고 맞섰다. 그는 "미국 경제교과서를 읽어보면 그들은 항상 시장 주체들이 스스로 움직여야 하고 정부 도움을 받지 않고 시장대로 가야한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전쟁의 배경이 된 미·중간 무역 불균형, 중국의 환율조작 의혹, 환경 문제 등을 놓고도 두 석학은 팽팽히 맞섰다. 퍼거슨은 "중국은 서양 기업들을 관세 등 다양한 장벽으로 차별했다"면서 "중국의 대미 관세는 최근까지 8%였는데 비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평균 3.1%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들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선진국들은 많은 경제는 어려움 겪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대중 적자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중국의 불공정무역행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린 교수는 "미국이 관세를 (우방국인) 일본이나 한국에도 부과하려고 했지만 부과하면 할수록 무역적자는 늘어났다"면서 "결과적으로 미국은 적을 제대로 모른채 싸운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 적자 원인이 중국 때문이 아니라 가계소비 과다 등 미국의 구조적인 국내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의 미국 기업 기술 유출과 관련해 두 사람의 설전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 40년간 중국이 혁신을 했다고 하는데, 중국이 자체 기술을 개발해서 다른 국가에 혜택을 준 것인가, 아니면 외국 기업의 기술을 베낀 것인가"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어 "중국에 대규모의 체계적인 산업스파이가 있고 비관세 장벽을 가지고 중국 챔피언(기업)들의 손을 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과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에 취직한 중국인들 가운데 산업스파이 혐의가 인정된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린 교수는 "중국은 저소득 국가로서 지난 40년간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는 입장이었고 빠른 성장에는 후발주자로서 장점이 분명히 있었다"면서 "다만 후발주자로서 혜택은 16세기 프랑스가 네덜란드 따라잡을때, 19세기 미국이 영국 등을 따라잡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가 전세계적 5G선도기업이 된 것처럼 앞으로 보다 많은 혁신이 중국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 린 교수는 "산업스파이나 지식재산권 문제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하는거 아니다"면서 "과거 삼성과 애플 등 사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기업간에 경쟁을 벌이다보면 개인적 차원에서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기업들은 외국기업과의 법적소송에서 약 80%는 승소를 했다"면서 중국 정부 차원의 기술 유출 비판은 증거가 없는 의혹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린 교수는 통화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국제통화기금(IMF) 통해 조사가 이뤄진 결과 조작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결이 났다"면서 미국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두 석학의 토론 배틀은 마지막 주제인 중국 경제성장 전망을 놓고도 엇갈렸다. 퍼거슨 교수는 "중국 성장률은 정부가 정하기 나름으로 6%라고 발표하지만 실제는 그보다는 조금 낮은 것으로 생각해야할 것 같다"면서 "중국이 과거처럼 레버리지를 일으켜 성장하는 전략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 통화조작으로 할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성장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
린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점점 하향하고 있고 중국도 하방압력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중국의 경우 국내적으로 투자나 도시화, 환경개선 등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연간 6% 성장은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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