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 탓에 아버지 대선 지지율이 떨어지자 중국 관련 투자사 이사진에서 사임하겠다고 13일(현지시간) 밝힌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 다만 자신이 아닌 대변인 명의로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정작 투자사 지분 매각 여부는 회피했다는 비난이 따른다. [AP = 연합뉴스] |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나란히 수렁에 빠진 가운데, 이같은 성명과 기자회견이 이뤄진 시점을 볼 때 바이든 전 부통령은 오는 15일 열릴 '민주당 대선주자 4차 TV토론회'를 우선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따돌리고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다른 경쟁자들의 비판을 비켜가자는 차원이다. 미국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최근 2주(9월30일~10월7일) 동안 5곳 주요 매체·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일 워런 의원 지지율이 26.6%로 바이든 전 부통령(26.4%)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상태다.
↑ `우크라이나스캔들`관련 권한남용 등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좌)과 바이든 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중국 등 외국에서 사기쳐서 돈 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SNS 광고로 뿌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 / 로이터] |
헌터 바이든은 조지 메서리스 대변인을 통해 "헌터는 이달 31일부로 중국 BHR파트너스 이사회에서 사임할 것이며, 그의 아버지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 더이상 어떤 해외 사업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이날 전했다. 대변인은 또 성명에서 "헌터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아버지와 상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고 독립적으로 활동해왔다"면서 "그는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미국 대통령의 거짓 비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도 밝혔다.
BHR파트너스는 헌터 바이든의 동업자인 데번 아처가 중국 사모펀드 투자자 조너선 리 등과 손잡고 지난 2013년 설립한 중국 투자 펀드 회사다. 중국 최대 국영은행인 중국은행 등 굵직한 중국 기업들이 BHR의 주요협력사라고 WP는 전했다. 대변인에 따르면 헌터 바이든은 지난 2017년 10월 BHR 지분 10 %를 인수하기 위해 거액(올해 10월12일 기준 420만 달러)을 들여 주주가 됐지만, 따로 보수를 받지 않은 무급 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헌터 바이든의 중국 기업 사임 성명 발표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다는 것이 현지 평가다. 헌터 바이든은 자신이 BHR 무급 이사직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정작 회사 주식을 처분할 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요시코 헤레라 위스콘신대학교 정치과학·국제 관계 교수는 WP인터뷰에서 "미국 공무원·정치인들의 성인 자녀 재산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가장 직접적으로 문제가 된 우크라이나 의혹 해소문제도 남아있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핵심 인물이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군사 원조 중단 등을 들먹이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관련 의혹을 조사하라는 권한남용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헌터 바이든은 아버지가 부통령이던 2014년 4월 당시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의 비상임 이사직에 올랐고 올해 4월까지 이사진으로 참여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태도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아들인 헌터 바이든은 이번 성명에서 자신이 아니라 변호사 겸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면서 직접 해명하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들이 지적했다. 앞서 여성들과 '부적절한 접촉' 논란 당시 바이든 전 부통령도 논란에 대해 자택 쇼파 위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사과해 비난을 산 적이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의 아들이 로비스트 일을 하는 것과 약물 남용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의식해 바이든 대선 출마를 뜯어말렸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의 비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민주 정부 외교 지원을 주도했지만 자신의 아들이 일하는 우크라이나 에너지 회사 '부리스마'가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망에 오르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대출보증 중단 카드를 들먹여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 총장 해임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와 함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휘말린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사업을 하면서 사기를 쳐서 돈을 챙겼다는 비리 의혹을 제기해왔다. 2020년 트럼프 재선 캠프 측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부리스마'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10억 달러 상당을 뇌물로 줬다는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페이스북등 소셜네트워크(SNS)에 퍼트리는 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헌터를 향해 "세계 굴지 펀드들이 중국에서 돈을 벌지 못할 때 바이든 아들은 투자 펀드로 15억 달러를 벌고 나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헌터 바이든 측 대변인 성명이 나오자 트위터로 또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변인 명의의 헌터 바이든 성명서에 대해 "헌터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사라졌다!"면서 "그는 더 많은 나라에 들어가 사기를 친 것같다"고 주장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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