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첫 레즈비언 시장 탄생

↑ 콜롬비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레즈비언 여성 시장이 나왔다. [사진 출처 = 콜롬비아 엘티엠포]

'커피와 코카인'으로 유명한 콜롬비아에서 처음으로 여성 시장이 나왔다. 27일(현지시간) 콜롬비아 지방선거가 열린 결과 클라우디아 로페즈(49)가 수도 보고타 시장으로 당선됐다. 로페즈 당선자는 본인이 레즈비언임을 밝힌 바 있다.
28일 콜롬비아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이날 중도·진보 노선 로페즈(녹색동맹당)는 득표율 35.2%로 2위인 유명 정치인인 카를로스 페르난도 갈란 후보(32.5%)를 제치고 시장에 당선됐다. 갈란 후보는 1989년 보고타 대선 유세 중 마약 카르텔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 등에 의해 살해 당한 정치인 루이스 카를로스 갈란의 아들이다.
새 보고타 시장 임기는 오는 2020년 1월~2023년 12월이다.

↑ 당선자(우)와 연인 앙헬리카 로자노씨 [사진 출처 = 트위터]

보고타에서 여성 시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타 시장은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중요한 직위인데다, 로페즈 당선자가 레즈비언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끌었다. 당선자의 연인은 폭력반대·평화 운동을 해온 앙헬리카 로사노로 같은 정당 소속 정치인이다.
로페즈 당선자는 시내 경찰 수를 늘려 공공 안전을 확보하고 환경 문제와 공교육·다양성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공약을 걸어 당선됐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과 트위터를 통해 "당선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이겼고 역사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지 라디오 RCN은 "수백년 서있던 장벽이 드디어 무너졌다"고 평했다.
로페즈 당선자는 상원 의원 출신이고 2018년 대선 때 부통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콜롬비아 엑스테르나도 대학에서 정책·재무·국제관계학을 전공한후 뉴욕 컬럼비아 대에서 행정·도시정책학,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 파르크(FARC)와 콜롬비아 정부가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2016년 평화협정을 맺는 장면. [AP = 연합뉴스]

27일 콜롬비아 지방선거에서는 유세 등 선거 과정에서 후보 7명이 죽었고 12명이 공격 당했으며, 100명 이상이 신변 위협을 받았다고 엘티엠포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다만 콜롬비아 시민국은 이번 지방선거는 최근 실시된 선거 중 가장 평화로웠다고 평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무장반군 파르크(FARC)가 두번째로 선거에 출마해 남서부지역에서 다른 정당과 손잡고 승리했다. 파르크는 지난 50년 간 정부군과 사실상 내전을 벌여온 콜롬비아 최대 반군조직이지만 2016년 정부와 평화협정에 서명한 후 일부가 제도권 정치에 들어왔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