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것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오늘(25일) 홍콩 현지 언론의 투표 결과 집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452명 구의원 선거에 대한 개표가 종반으로 접어든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현재 278석을 차지하며 지난번 선거보다 의석수를 대폭 늘리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반면에 '건제파'(建制派)로 불리는 친중파 진영은 60석에도 못 미쳐 지난번 선거보다 의석수가 200석 넘게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범민주 진영은 전체 18개 구 중 17개 구를 지배하게 됐습니다. 최종 집계 결과가 나오면 그 의석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홍콩의 구의원은 친중파 진영이 327석의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 모두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범민주 진영의 의석 수는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홍콩의 정치 지형에서 구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됩니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집니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기 때문에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습니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이 117명 선거인단을 모조리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다고 해서 친중파 후보가 선출될 수밖에 없는 현행 행정장관 선거 구조를 아예 뒤집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천200명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집니다.
홍콩의 상공업계나 전인대 대표 등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친중파가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압승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여파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까지 미칠 경우 입법회 의석 분포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 구의원은 의회인 입법회 의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으며, 현재 입법회 의원 69명 중 24명이 구의원입니다.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 35석과 직능대표 35석으로 구성되는데, 지금은 총 70석 중 친중파가 넉넉한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도 반복돼 범민주 진영이 지역구 35석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범민주 진영은 입법회에서 친중파를 견제할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향후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를 비롯해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지금까지는 이러한 요구에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앞으로 범민주 진영이 구의원 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