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로마 가톨릭 교황이 전 세계를 향해 핵무기 폐기를 촉구하면서 핵 억지력을 부정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오늘(2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교황이 전날 원자폭탄 피폭지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를 차례로 방문해 핵무기 폐기를 호소한 것에 대해 "유일한 전쟁 피폭국인 일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향한 국제사회 대처를 이끌어 나갈 사명을 안고 있다"면서도 현실론을 거론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일본을 둘러싼 안보환경이 한층 더 엄중해지고 있다"면서 일본 자체의 방위력을 강화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정책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교황이 일본 정부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조약이 목표로 하는 핵 폐기는 일본 정부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이 조약은 현실의 안보 관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기에 핵무기 보유국 외에 핵 위협에 노출된 비핵국가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안보상 위협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치밀하게 현실적으로 핵 군축을 진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다만 교황의 나가사키·히로시마 방문이 "국제 사회에 피폭 실상을 정확하게 알리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교황은 일본 방문 이틀째인 전날 2차세계대전 중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했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방문해 전쟁을 위해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은 범죄라며 핵무기 폐기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는 인류 사상 최악의 병기로 불리는 핵무기가 실전으로 처음 투하된 곳이기 때문에 핵무기 폐기를 호소해온 교황의 이번 메시지는 상징성이 컸습니다.
교황은 또 핵무기의 개발·실험·생산·제조·비축·위협 등 모든 핵무기 관련 활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한 유엔 핵무기금지조약의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교황이 핵무기금지조약에 참가
일본은 원폭 피해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1994년 이후 매년 유엔 총회에 '핵무기 철폐 결의안'을 제출하면서도 핵무기금지조약에는 참가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