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면서 동시에 전화를 받아야 합니다."
총파업 시작 6일째로 접어든 프랑스 노동계의 파업에 웃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다. 지하철을 포함한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자 마음이 급한 시민들이 너도나도 오토바이 택시에 몸을 싣기 때문이다. 지하철 입구는 폐쇄돼 있고, 버스 정류장은 텅 비었다.
프랑스 노동계가 예고대로 총파업을 강행한 10일(현지시간) 오토바이를 사이에 두고 표정이 정반대인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는 관광객이나 시민들 앞에 표정관리가 안되는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들이 거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한 운전사는 "파업 탓에 호출 전화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며 "운전과 예약전화 접수를 동시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이용 고객은 "차로 10~20분도 안되는 거리를 100유로(약 13만원)나 지불했다"며 "평소보다 3배나 뛰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시민들은 오토바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대다수 사무실에는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파리의 한 직장인은 "나처럼 회사와 가까운 직원들은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했다"면서도 "최근 대중교통이 마비돼 절반씩 재택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파업으로 빈부격차에 따른 고통의 차이가 극명히 나타났다. 직장과 가까운 도심에 살거나, 차량을 보유한 파리 시민들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통근에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비싼 임대료를 못이겨 파리 외곽에서 통근해야 하는 서민들은 간헐적으로 오는 열차에 서로 타려고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현지 방송에 계속 보도됐다. 파리 도로상황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파리 교통당국은 이날 출근 러시아워 시간에 교통체증 구간이 600㎞라고 발표했다. 이는 평소 교통체증 구간인 150㎞의 네배나 달했다.
지난 5일부터 파업을 이어나간 철도노조에 이어 정유노조 역시 이날 제2차 총파업에 참여했다. 10일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보르도, 렌 등 대도시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는 정부의 연금개편 구상에 반대하는 결의대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전국 철도 운행률은 20%에 불과했고, 파리 지하철 노선도 16개 노선 중 무인운행이 가능한 2개 노선을 제외하고 모두 운행이 중단됐다.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을 주도하는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에 따르면 프랑스의 7개 정유사 중 에소, 토탈 등 6개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정유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로 접어들면 교통·물류 이외에 산업 전반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날 파리 시내의 학교 수십곳도 교사들의 파업 동참과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휴교했고 대학들도 수업을 취소했다. 파리의 일부 박물관과 오페라 극장도 부분 폐쇄하거나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집회 인원은 지난 5일 1차 총파업 당시의 절반에 불과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날 전국 장외집회에 총 33만9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지난 5일 1차 총파업 대회 인원인 80만명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주요 노조들은 정부가 연금개편 계획을 포기하지 않으면 성탄절까지 계속 파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CGT 위원장은 공영 프랑스 2방송과 인터뷰에서 "연금 문제에는 모든 사회적 불만이 결합해 있다"며 "연금 시스템을 개혁할 필요는 있겠지만, 파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이번 시위를 지지하거난 동조하는 여론이 높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이번 연금개편 바대 총파업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1일 연금개편 계획의 세부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필리프 총리는 연금개편의 구체안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보는 없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복
[파리 =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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