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현지시간) 파리 거리에 튀튀(발레 의상)를 나서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벌이는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원들. [출처=EFE·뉴욕타임스(NYT)] |
하지만 올해 프랑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파리의 명물 가니에르·바스티유 극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공연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국립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악기 연주자, 발레리노와 발레리나들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반대해 거리 시위에 나서면서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을 전후해 발레단 단원들은 연말 시즌 인기인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발레 음악 대신 "들판의 소리가 들리는가, 피묻은 깃발이 일어났다"는 가사를 담은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를 연주하면서 시위에 나섰다.
한 때 '프랑스 군주제'의 사치품처럼 통했던 파리오페라발레단이 군주제에 대항한 시민혁명의 상징곡이자 국가인 라마르세예즈를 목청 높여 부른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이 단원들 퇴직 연령 등을 단순화해 사실상 기존 연금을 축소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노동 조합들의 시위와 다를 것 없어 보일 지 모르지만, 발레단 같은 경우는 가뜩이나 가난하고 배고픈 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을 상대로 정부가 가차 없는 개혁 칼날을 들이댔다는 점이 비난 포인트가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전했다.
↑ 연금 체계 단일화 개혁을 추진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개혁을 위해 본인의 특별 연금과 특혜부터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 출처=마크롱 대통령 트위터] |
다만 발레단에 대한 그간 프랑스 정부의 지원은 문화예술 정책의 모범 사례로도 꼽혀왔다. 프랑스에서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성악가와 발레 무용수들이 '신체 혹사 직업군'으로 분류돼 정규 단원인 경우 만 42세 은퇴가 보장되고, 나라가 이들이 다른 직업을 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차원에서 퇴직 후 최소 1067유로(우리 돈 약 138만원)씩 연금을 이들에게 지급해준다.
↑ 1653년 당시 발레 공연에 주역으로 나선 `절대 군주`이자 발레 댄서 루이 14세.[출처=위키피디아] |
파리오페라발레단은 프랑스 왕정기 '태양 왕'이라고 불리던 절대 군주 루이 14세가 1671년에 만든 국립 예술단이다. 루이 14세는 임기(1643년 5월~1715년 9월)동안에도 직접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 그가 만든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발레단이라는 명성을 자랑한다.
다만 유럽 다른 국가들처럼 프랑스에서도 19세기를 전후해 자본주의와 더불어 이른바 '복지국가' 시대가 열리면서 왕의 특혜는 예술가의 권리로 바뀌었다. 파리 거리 시위에 나선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알렉스 카르니아토(41) 무용수는 "우리의 일은 스포츠 선수와 다를 바 없다"면서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축구를 사랑한다. 만약에 축구 스타가 40대까지 의무적으로 경기장에서 뛰어야 한다면 모두가 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퇴직 연령 등을 단순화하는 체제 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부상에 시달리는 무용수들에게 가혹하다는 것이다.
발레를 비롯한 무용계에서 예술가들이 실제로 40세까지 활동하는 일은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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