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여전히 냉랭한 와중에도 일본 10~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국 패션, 화장품, 먹거리를 즐기는 3차 한류 붐이 일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양국간 정치 대립과는 상관없이 젊은 여성층에선 한국 스타일이 귀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주도층은 '겨울연가'의 인기와 함께 2000년대 초반 일본에 등장한 '한류1세대'의 자녀세대인 '한류 2세대'다. 어려서부터 한국 문화 등에 노출되면서 거부감이 덜하다.
1년에 4번 가량 한국을 찾는다는 도쿄에 사는 대학생 와타나베 아이사 씨는 "한국은 새로운 세계고 귀엽다"고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중학교 시절부터 카라를 비롯한 K팝 그룹들에 매료됐다는 와타나베 씨는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인들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배운다. 그는 "양국 관계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두 문화가 섞여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경험해보지도 않고 싫다는 말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1차 한류 붐은 배용준, 최지우 출연의 '겨울소나타(겨울연가의 일본 제목)'로 대표되는 한류 드라마 열풍이 불었던 2000년대 초반이다. 40대 이상 여성들이 중심이었다. 2010년 전후로 카라를 비롯한 K팝 그룹들이 인기를 끌었던 시기가 2차 한류 붐이다. 당시의 한류 주 소비층은 10~20대 여성이었다. 3차 한류붐은 한국의 패션과 문화를 '귀엽다'고 느끼는 현재의 10~20대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이나 의류 등 제품 소비를 동반하며 SNS를 통해 확산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잡지 등에서도 K팝 아이돌 등의 패션과 화장 등을 다루는 특집 기사들도 늘고 있다. 10~20대 여성 독자를 타겟으로 하는 한 잡지의 편집장은 "하나의 장르로서 '한국스러움'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도쿄의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신오쿠보만 보더라도 양국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지난해 하반기에도 방문객 수 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양국관계에 따라 매출이 급등락을 거듭하던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란게 신오쿠보 한인단체들의 설명이다.
일본 출판계에서도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2018년말 일본에 번역출판된 '82년생 김지영'(조남주)은 지난해 15만부가 팔렸다. 일본출판판매에서 집계한 지난해 소설단행본 순위에서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 역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두 책의 주 독자층은 젊은 여성들이다. 양국 여성이 처한 현실 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많
다만 양국간 관계 악화 등이 일본 언론 등에서도 대대적으로 다뤄지면서 한국에 대해 반감을 느끼는 연령대가 확산되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에서도 논란을 불러온 반일종족주의(이영훈 외)는 작년 11월 일본어판 출간 후 일본에서만 40만여부가 팔려 한국(10만부)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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