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재유행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가 '기술주' 아마존·테슬라 열풍에 휩싸였다. 주가 폭등 속에 특히 한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주식을 집중 매수하면서 '테슬람'이라는 유행어가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자 외신도 한국의 테슬라 오너 클럽을 거론하며 투자 열기 소개에 나섰다. 현실에서는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실물 경기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는데도 기술주가 유독 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2000년대 '버블 닷컴'을 떠올리며 거품이라는 우려를 내지만 한편에서는 시대가 달라진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테슬라는 성장기업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주가가 3배 이상, 3월 '패닉 장세' 대비 5배 가량 폭등한 상태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 대비 주가가 9.47% 급등해 1주당 1643.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고 폐장 후 거래에서도 1.25%추가 상승해 1663.5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를 두고 CNBC의 간판 증시 해설가인 짐 크레이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아마존 주가가 정말 미쳤다, 내가 살면서 이런 건 처음 본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은 "최근 해외에서 한국이 테슬라 주식에 가장 열광하고 있다"면서 "한국인들의 테슬라 주식 매수 금액은 작년 대비 올들어 무려 13배나 불어나 현재로선 32억 달러(약 3조 8329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의 '테슬라 오너 클럽'을 언급하며 한국 내 투자 열기를 전했다. 테슬라 오너 클럽은 테슬라 전기차 등 제품을 소유한 애호가들의 친목 커뮤니티로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와 유럽, 아시아태평양(한국·일본·대만·중국 등) 지역에 지부가 있다. 엄밀히 말해 주주들의 모임은 아니다. 다만 회원들 중에는 테슬라 주식을 꾸준히 보유한 결과 최근 주가 급등세를 계기로 평가이익을 키운 경우가 적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 테슬라 오너 클럽의 최종완 전 회장은 테슬라가 지난 2016년 모델3를 공개한 후 이를 보고 일부 대출을 받아 테슬라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나는 테슬라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테슬라보다 더 나은 전기차를 저렴한 가격에 파는 날이 오면 그 때 테슬라 주식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테슬라는 '천슬라'에 이어 '테슬람'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천슬라는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가가 1000달러를 넘기를 바라는 희망을 담아 만든 말이고, 테슬람은 테슬라 주가가 나날이 오르면서 테슬라 기업 가치에 대한 신념을 강조하면서 매수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을 부르는 말이다. 다만 이는 특정 종교에 빗댄 비속어다. 테슬라 주가가 이미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천슬라보다는 테슬람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테슬라 주가가 폭등한 데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꼽힌다. 하나는 오는 2분기 호실적 예상에 대한 기대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판 청년 개미'인 로빈후더(무료 주식중개 앱 로빈후드 사용자)들을 비롯한 글로벌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세, 또 다른 하나는 공매도 세력의 손실 만회 전략에 따른 매수세다.
우선 테슬라의 올해 2분기 흑자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적과 관련해 지난 달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공동창업자)가 직원들에게 호실적을 예고하며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낸 것이 세간에 알려지면서부터다. 2분기 흑자가 발표되면 테슬라로서는 네 개 분기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하는 셈인데, 이는 뉴욕증시 3대 대표 지수 중 하나인 '대형주' 중심 S&P500지수에 테슬라가 편입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식 수요 측면에서는 미국 로빈후더들이 테슬라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로빈후드 주식 거래 데이터를 집계하는 로빈트랙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테슬라 주식을 보유한 로빈후더들은 45만명을 넘어서 50만명에 이른다. '코로나19 패닉 장세'이던 지난 3월 중순 15만명 수준인 것에 비하면 3배 가량 늘어난 숫자다.
주식 수요 측면에서 공매도(short selling) 세력도 매수에 가세하는 '숏 스퀴즈'(short squeeze)상황이 되면서 테슬라 주가는 더 급등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법이다. 앞으로 주가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주식을 빌린 후 일단 팔아버렸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자신이 빌렸던 만큼 주식을 사들여 되갚아 차익을 내는 식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는 상황이 이어지면 자신이 '공매도'를 선택한 데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중간에 주식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결과적으로는 주식 수요가 뛰는 바람에 주가는 오히려 더 빠르게 늘게 되는 데 이를 숏 스퀴즈 상황이라고 한다.
테슬라는 미국 내외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개인의 보유 비중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회사 발행 주식의 75%를 머스크 CEO와 경영진, 관계 투자은행·기관이 보유하고 있다.
한편 테슬라와 함께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것은 오는 30일에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이날 거래에서 7.93%올라 3196.84달러로 마감한 후 폐장 후 거래에서도 0.32% 추가 상승해 3207.0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와 같은 22일에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도 4.3%오른 211.60달러에 거래를 마친 후 폐장 후 거래에서 0.62%추가 상승해 212.92 달러에 마감했다. 이밖에 구글 모기업 알파벳(3.10%)과 애플(2.11%)도 본 거래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시총 1조 달러 클럽'인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와 테슬라 주식이 급등하면서 이날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주가 지수임에도 불구하고 2.51% 오른 1만 767.09로 마감했다.
최근의 기술주에 치우친 주가 상승세를 두고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홀리 프램스테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담당 수석은 앞서 19일 WSJ인터뷰에서 "우리는 승자와 패자로 뚜렷히 갈린 시장 한가운데 놓여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테슬라 주가 급등세가 거품 낀 결과라고 보면서도 기술주 상승세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한다고 전했다.
우선 기술주 상승세의 경우 코로나 사태에 따른 실물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스닥지수(최고점 7월 10일 10617.44)가 사상 최고 기록을 내고 있는 현상은 앞서 2000년 '닷컴 버블'과 다르게 거품이 아닐 수도 있다는 평이 나온다.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지표인 '풋/콜 옵션' 비율은 2000년과 반대로 최근 오히려 낮아졌다. 레피니티브 데이터를 보면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열흘 단위 풋/콜옵션 평균 비율은 0.44로 올해를 통들어 가장 낮다. 수치가 최고치를 찍은 '패닉 장세' 주간 3월 18일(0.98)의 절반을 밑돈다.
닷컴 버블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2000년에는 3월 풋/콜 옵션 비율이 0.5를 넘었고 오름세 속에 같은 해 9월 0.9선까지 올랐던 것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옵션은 주식같은 기초 금융 자산을 사고 파는 권리다. 파생금융상품이다. 풋/콜 옵션 비율이 낮을 수록 시장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다는 의미이다. 풋옵션은 일정한 주식 등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이고 반대로 콜옵션은 살 수 있는 권리인데 풋옵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록 팔겠다는 매도 의향이 줄어드는 셈이다.
테슬라 주가 급등은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례적이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 투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