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미국 대선이 끝난지도 벌써 한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불복을 제기하고 있다.
선거가 조작됐다며 제기한 각종 소송은 대부분 무위로 돌아가면서 패배를 인정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으나
대선 패배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이 무난히 당선될 것이라는 대선전 여론조사와 달리 개표 초반 승기를 잡은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였다. 그러나 막판 쏟아진 우편투표가 개표되면서 트럼프 캠프 측은 주요 경합주에서 역전을 허용했고 결국 대부분을 바이든에게 내줬다.
미 언론은 대선 나흘만인 지난달 7일 우편투표까지 개표되자 바이든 당선을 공식화했다.
그러자 뚜렷한 근거도 없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입장을 오래전부터 내비쳐 온 트럼프는 불복 의사를 뚜렷이 하며 소송을 쏟아냈다. 우편투표자 다수가 바이든 지지층인 탓이었다.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한 지역은 자신이 패배한 경합주였다. 펜시렙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 등 6곳이다.
그러나 제기한 소송은 '증거 불충분'으로 대부분 기각됐다.
트럼프 측 요구로 재검표 등 추가 검증도 거쳤지만 이들 6개 주 정부는 지난달 30일부로 모두 바이든 승리를 공식 인증했다.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조금식 패배를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언행을 내비쳤다.
대선 20일 만인 지난달 23일 연방총무청(GSA)에 바이든 인수위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26일에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지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하면서 퇴로를 열었다.
'선거 조작' 입장은 그대로였지만 조금씩 패배로 가는 수순을 밟으며 이달 14일 각 주의 선거인단 투표가 승복의 중대 분수령이 된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한 달간 두문불출하면서 '선거 조작' 트윗만 줄기차게 올리고 있다. 골프 외에 일정을 거의 잡지 않으면서 국정에 손 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화당 일각의 승복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면서 4년 뒤 재출마설까지 나돈다.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당선인 취임식 당일 재출마 선언을 해 축제 분위기에 재를 뿌릴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선언에 개의치 않고 '조용하게' 차기 대통령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선 예측 직후 인수위를 출범해 코로나19, 경제회복, 인종평등, 기후변화 등 차기 행정부의 4대 우선 사항을 공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을 꾀했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19 대응을 차기 행정부 초반의 역점 과제로 꼽았다.
정권 인수는 물론 정보 브리핑조차 받지 못해 애를 태우던 바이든은 GSA의 인수위 활동 공인을 계기로 정권 인수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을 국무장관에, 제이크 설리번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는 등 외교안보팀을 시작으로 행정부 인선도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정보당국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유엔대사에 여성을 기용하고 국토안보부 장관에 라틴계를 지명했다. 유엔대사 지명자는 흑인이기도 하다.
재무장관에 여성인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낙점하는 등 경제팀 인선 6명 중 4명을 여성으로 채웠다.
백악관 공보팀 고위직 7명을 전원 여성으로 채우는 파격도 선보였다. 미 역사상 첫 여성이자 유색인 부통령 당선
바이든 인수위는 오는 14일 선거인단 투표를 기점으로 불복 논란이 사그라들기를 기대하면서 내년 1월 20일 취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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